재림교회의 신학적 정체성
재림교회의 신학적 정체성
서언-재림신학의 정체성 위기
오늘 열린 다원주의 시대, 그리고 세속화의 시대에는 재림교회가 추구하고 있는 독특한 가치와 의미가 비판이나 재검토의 도마 위에 오르기 십상이다. 오늘의 재림교회는 탈근대주의의 시대 의 풍향에 따라 전통적인 신조도, 도덕적 측면에서 이상적인 삶의 자세도, 그리고 정치적 측면에서 기존 시스템도 무너져 내리는 분위기 가운데 살고 있다. 자유의 시대, 세속화의 시대 신자들은 모든 선택가능성의 교차로에 서 있다. 더구나 21세기를 이미 진입한 상황에서 19세기 중엽에 마련한 신학적 틀에 대하여 패러다임 천이를 요청하는 분위기가 짙어 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재림교회의 신학적 틀에 대한 변환(transformation)을 압박하는 풍조가 거세질 것이다. 또한 그리스도의 재림의 박두성을 강조하여 온지 160여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신자들은 이런 신학적인 틀에 대하여 회의적이 될 수도 있다. 한때에는 기본적인 확신에 속하였던 신념과 가치들이 이제는 더 많은 수가 지속적이지 않은 의견으로 간주되는 마당에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세계관은 깨어져 나갈 수 있다. 처음에는 의심의 기운이 뚫고 들어올 수 있는 틈이 아마도 아주 작을 것이지만 이 작은 구멍들은 관용의 미명 아래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을 상대주의로 전락시켜 신학적 확신을 삼키는 홍수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교단 고유의 가치와 신념체계에 대한 확신의 결여는 교단의 질적, 양적 성장의 침체의 하나의 원인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신학적 정체성이 결여된 목회'는 재림신도들의 정체성 결여를 양산하는 원인으로도 이어지게 마련이다.
재림교회 신학적 정체성의 발전
재림교회의 신학은 성경 특히 다니엘-요한계시록을 밀도 있게 연구한 결정체로 등장하였다. 그 역사적 배경은 1830-40년대 윌리엄 밀러의 재림운동에 역사적인 모태를 두고 있다. 밀러는 다니엘 8:14의 2300일 예언을 연일원칙을 적용하여 2300년간으로 풀이하였으며 동 예언기간은 다니엘 9:24-27에 나오는 70이레 예언 즉 490년의 기산점이 되는 457B.C.에 같이 시작된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다니엘 8:14의 “성소”를 영적성소인 그리스도교 시대의 교회로 보았으며 2300년 끝이 되는 1843-44년(특히 1844년 10월 22일)에 지상의 멸망의 가증한 것이 하나님의 심판으로 정결케 될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그는 당시 신학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복천년 사상이나 유대인들의 팔레스틴 복귀라는 미래주의 예언해석을 배척하고 그리스도 중심의 예언해석을 하였다. 1844년 10월 22일 재림이 이루어지지 않는 반동으로 재림신도들 중 당시 각 교단에서 출교된 숫자만 하여도 약 10 만 명이나 된 점에 비추어(W. L. Emmerson, The Reformation and the Advent Movement (Hagerstown, MD: Review and Herald Pub. Assn., 1983), 197.) 당시 재림신도들의 수와 그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가 하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재림교회의 신학적 DNA가 되는 기본교리 골간은 1848-50년에 이르는 16회에 걸친 성경연구회를 거쳐서 형성되었다. 이 사경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선구자는 하나님의 율법과 안식일을 역설한 조셉 베이츠(1792-1872), 요한계시록 14:9-12에 나오는 셋째 천사의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제임스 화잇(1821-1881), 및 고대 이스라엘 성소 정결 행사의 표상학적 통찰의 도입과 아울러 그리스도께서 1844년 10월 22일에 오시지 않은 이유를 성서적으로 설명한 하이람 에드슨(1806-1882) 이었다. 에드슨은 예수께서 마지막 중보사역을 하시러 하늘 지성소에 들어가셨다고 보았다.
재림교회 초기 선구자들(엘렌 화잇 포함하여)은 밀러운동을 밤중소리로 보았고 그 성경해석의 유산을 이어 받았다. 특히 요한계시록 10장은 밀러의 재림운동에서 성취하였다고 신봉하였다. “천사의 손에 펴 놓인 작은 책”을 갔다 먹어 꿀처럼 달콤하였지만 “먹은 후에는 배에서 쓰게 되리라”(10:10)는 체험은 밀러의 재림운동에 수반된 다니엘서 예언의 달콤함과 이어지는 대 실망의 쓰라림으로, 그리고 “많은 백성과 나라와 방언과 임금에게 다시 예언하여야 하리라”(계 10:11)는 예언을 다니엘 8:14의 메시지에 관하여 다시 정확하게 해석하여 전파하여야 하는 사명 위촉을 시사하는 예언으로 이해하였다. 엘렌 화잇은 1844년에 끝나는 예언기간 이외에 더 이상 다른 예언적 기간은 없는 것으로 10:6을 해석하였다(7BC 971).
첫째천사의 기별에 나오는 “여러 나라와 족속과 방언과 백성에게 전할 영원한 복음”(계 14:6)예언 위탁은 밀러의 성령 충만한 증거로 나타났다. 그러나 힘센 천사가 “많은 백성과 나라와 방언과 임금”(계 10:11)에게 다시 예언하여야 한다는 말은 재림교회에 맡겨진 사명을 통하여 성취 중에 있다.
특히 1848년의 뉴잉글랜드, 뉴욕 주 등에서 개최된 6회에 걸친 안식일 사경회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의 5대 교리의 지계표를 마련하는 도약대가 되었다. (A. L. White, Ellen G. White: Messenger to the Remnant (Washington, DC: Board of Trustees of E. G. White Publs., 1954), 40.) 그 외에 기둥교리로 드는 예언의 신이 있어 전체적으로 이 6대 교리가 재림교회의 기둥 교리들(pillar doctrines)이 된다.
1. 제칠일 안식일 지속적 성수
창조와 구속의 기념일인 안식일은 일요일로 대체되지 않고 계속하여 하나님과 그의 백성 사이의 표징이 되는 날로 남아 있다.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은 안식일을 하나님을 예배하는 날로 준수하였으며 종말시대에 이르기 까지 준수되어야 하는 메시지로 제시하였다(마 24:20; 계 14:12 등). 안식일 메시지는 라첼 오우크스-프레스톤(Rachel Oakes-Preston), 프레더릭 휠러(Frederick Wheeler), 프레블(T.M. Preble) 및 조셉 베이츠(Joseph Bates)로 이어져 재림신도들에게 전파되었고 화잇 부부도 성경 연구에 기초하여 그 기별을 수용하였다. 엘렌 화잇은 1847년 4월 3일 계시를 통하여 안식일 중요성과 불변성을 확인하였다.
재림교회의 정체성은 교단 명칭에 잘 나타나 있다. 교단 명칭 곧 안식일과 그리스도의 재림은 교회의 정체성을 간결하게 요약하고 있다. 재림교회는 성경에 나온 대로 하나님께서 우주와 모든 생명을 창조하신 것을 신봉한다. 재림교회는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 모델을 배격하고 제칠일 안식일을 창조와 재창조의 기념일로 지키면서 창조주를 경배한다.
2.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윌리엄 밀러를 위시하여 조슈아 하임스(Joshua Himes), 찰스 피치(Charles Fitch), 조셉 베이츠(Joseph Bates) 등은 천년 전 그리스도의 가시적 재림이 임박하였다는 성경의 기별을 펼쳤다.
재림교회는 또한 성경이 예언한 대로 세계가 더욱 좋아 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배척하고 사회적 도덕적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며 최후적인 위기로 치달아 갈 것이라는 비관론을 전망하면서 이러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과 창조의 원자태로의 회복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의 문자적이면서도 가시적인 오심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재림교회는 자기들을 애드벤티스트(Adventists)로 부르기를 선호한다. 또한 교단 명칭(Seventh-day Adventists)을 ‘Adventists’로 약칭 사용하고 있다(한국어로는 ‘재림교회’로 번역되고 있지만 이는 그리스도의 초림을 전제로 한 표현이다). ‘Advent’라는 말은 그리스도의 초림과 재림 사상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의 총괄적이고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사랑의 하나님의 오심에 있다고 확고하게 본 사상이 이 Advent에 응집되어 있다. 따라서 ‘Adventists’는 이런 역사관과 세계관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사렛 예수께서는 구약성경에 약속된 인류의 메시야로 2천년 전에 이미 오시어서 십자가에서 인류의 구원을 위한 대리적 희생 제물이 되셨고 부활 승천하시어 지금은 하늘 성소에서 대제사장으로 일하고 계신다. 재림교회는 예수께서 사단, 죄, 사망에서 믿는 자들을 구하시려고 다시 오실 것을 확실하게 믿고 이를 온 세상에 선포하고 있다. 재림교회는 성경의 시작과 끝 메시지를 포괄한 교단 명칭에서 창조주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신앙의 중심에 올려놓고 있다.
3. 세천사의 기별
첫째와 둘째 천사의 메시지와 올바르게 연관된 셋째 천사의 메시지 전파(계 14:6-12)는 재림교회 헌법에 나와 있는 재림교회의 조직 목적이 되고 있다.
윌리엄 밀러와 그의 추종 재림신도들은 첫째 천사의 기별을 1839년부터 1844년까지 전파하였으며, 찰스 피치는 1844년 여름부터 둘째 천사의 기별을 전파하였다. 프로테스탄트 교회들은 여태까지 일반적으로 로마 가톨릭 교회를 바벨론으로 보았지만, 피치는 이를 확장하여 그리스도의 재림 교리를 등진 개신교회까지 포함시켰다. 제임스 화잇은 셋째 천사의 기별을 처음으로 설파하였다. 재림교회의 로고는 이 세천사 기별을 형상화 시켰다.
요한계시록 12장은 천상에서의 반역으로부터 1798년에 이르기 까지 그리스도와 사단 사이의 대쟁투를 진술하고 있다. 그리고 한때, 두 때, 반 때의 예언적 기간이 끝나는 1798년 이후에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고 예수의 증거를 가진 남은 무리가 출현한다는(12절) 예고를 하고 있다. 요한계시록 13장은 19-21세기에 걸친 사단의 반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한계시록 14장은 사단의 이 반격에 대한 하나님의 응수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이 하나님의 응수에는 최후적인 복음 곧 영원한 복음을 전할 자 144,000명과 그들이 세상에 전할 세천사의 기별이 나오며 나온다.
4. 고대 지성소 대속죄일 행사의 원형인 하늘성소에서의 그리스도의 봉사
밀러가 다니엘 8:14의 ‘성소’를 지구로, ‘정결하리라’를 마지막 불 심판의 정결로 보았던 것을 하이람 에드슨은 1844년 10월 23일 옥수수 밭을 지나가다가 하늘의 조명(illumination)을 받아 ‘성소’가 하늘에 있으며 ‘정결’은 하늘에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대제사장 직분으로 변화에 따른 하늘성소 정결로 보았다. 에드슨은 크로지어(O. R. L. Crozier) 및 프레더릭 한(Frederick Hahn)과 더불어 이 주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그 내용을 몇 정기 간행물에 출판하였다. 1847년에 엘렌 화잇은 이들의 주된 관점을 인정하였다. 1857년 제임스 화잇은 이 성소 정결사업에 조사심판 개념을 추가 발전시켰다. 성소교리는 1844년 대실망의 원인을 푸는 열쇠가 될 뿐만 아니라 완전한 진리의 체계를 여는 재림교회 전 교리의 토대가 된다.
5. 조건부 영혼멸절론(영혼수면론)
그리스도교계 내 상당수의 교회들이 죽은 자의 상태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영혼과 몸의 이분법 또는 삼분법에 따라 영혼불멸론을 성서적인 가르침으로 펼쳐 왔으나 감리교회 목사 출신 재림운동 지도자였던 조지 스톨스(George Storrs)가 처음으로 이 주제를 다룬 글에서 인간은 사후에 잠을 자는 것처럼 무의식 상태라고 하며(전 9:5; 시 6:5; 13:3 등) 그리스도 재림 시 부활할 것을 가르쳤고 이 사상을 엘렌 화잇을 비롯한 선구자들이 수용하였다.
현대신학에서 오스카 쿨만(Oscar Cullmann)은 영혼불멸론이 아닌 몸의 부활이 성경의 사상이라고 보았다. 영혼불멸론은 성경상의 부활사상 및 그리스도의 재림 사상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조건부 영혼멸절론은 성경의 부활사상과 그리스도의 재림 사상과 잘 조화된다.
6. 예언의 신
성경은 예수께서 오시기 전에 참된 예언의 신을 받은 예언자가 등장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욜 2:28-32). 베드로가 이 예언의 성취를 지적하였지만(행 2장), 그 성취는 전면적인 성취가 아니어서 미래 종말론적 성취를 남겨 두고 있다. 엘렌 화잇은 하나님의 제 3의 선택이었다. 하나님께서는 흑인 윌리엄 포이(Willioam Ellis Foy)를 먼저 부르셨고(1842년), 그 다음에 헤이젠 포스(Hazen Foss)를 부르셨다(1844).
엘렌 화잇은 이 지계표가 되는 교리들이 모든 재림신도들이 남은교회로 연합하여 설 수 있는 요지부동의 견고한 단이 된다고 하였다(EW 258-261; CWE 30-31). 특히 5대 교리는 전적으로 성경연구의 결과로 구축되었다. 3년간의 안식일 사경회 기간 중 하나님께서는 엘렌 화잇에게 주도하지 못하도록 제어하였으며, 진리탐구가 성경에 따라 바로 나가고 있을 때 이를 배서하며, 기본 진리에 대한 논의가 빗나갈 때만 교정을 위한 개입을 하도록 허락하셨다.
재림신학 정체성의 지반
재림신학의 지반은 사랑의 하나님이 주신 성경이다. 즉, 재림교회의 신경(creed)은 성경이다. 인간이 만든 신경이나 신앙고백서는 불완전하여 계속 그 내용과 표현 방식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것을 화석화 시켜 경전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일은 위험하다. 성경의 기본적인 가르침을 변화무쌍한 이 세상에서 역동적으로 적용시켜 나가야 한다. (재림교회 세계 제58차 대총회는 2005년 7월 3일 재림교회의 메시지와 사명에 조화되는 기본교리에 대한 수정 또는 추가에 대한 의정서(protocol)를 채택하였으며 ‘그리스도 안에서 자라남’이라는 새로운 신조를 추가키로 결의하였다.)
교단 마다 독특한 교리가 있듯이 재림교회에도 독특한 교리가 있다. 그러나 그 독특성 그 자체는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독특성이 성경의 지반에서 도출되고 그리스도를 지반으로 하느냐가 문제이다. 아니라 재림교회의 <기본교리 27>에 나오는 신조들은 세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복음주의 그리스도 교회가 전반적으로 신봉하는 교리 군(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성령, 삼위일체, 성경, 죄, 구원 등 약 52%)과 (2) 일부 타 교단들과 함께 신봉하는 교리 군(침례, 십계명, 안식일, 인간의 자유의지, 조건부멸절론 등 약 39%)이 있다. (3) 나머지 약 9%가 본 교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교리들이다. 이 9%에 속하는 교리에는 “하늘성소에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대제사장 봉사,” “세 천사의 기별,” 및 “예언의 신에 관한 교리” 가 들어 있다. 장로교에 이중예정론, 가톨릭교회에 마리아교리, 연옥 교리 등이 있듯이 재림교회에도 고유한 교리들이나 강조하는 교리들이 있다. 타 교단들과의 공유적인 교리들이 기본교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1% 정도가 된다. 그만큼 재림교회의 공유적 교리가 압도적이라는 뜻도 된다. 재림교회의 독특한 교리들의 지반은 항상 성경이고 그리스도 중심이라고 볼 때 오히려 마지막 시대를 선도하는 독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재림교회의 신학적 틀은 사랑의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 위에 그 지반을 두고 있다. 재림교회가 시대별로 그 정체성을 강조하는 차이를 보여 왔지만 그 저변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어 왔다. 재림교회 출발 전후와 정착기에는 (1844-1885) 재림신학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둥교리를 탐색하여 정착시키고 그것을 계속 다듬어 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독특한 재림 신학이 구축되는 기간에 외부 비판과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다소나마 율법주의적 경향이라는 부정적 현상도 수반되었다. 그래서 엘렌 화잇은 재림신도들이 “눈을 예수께 고착시켜야 한다”고 역설하였고(Early Writings, 14), 제임스 화잇도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한 완전한 구원”(Present Truth, April 1850, 66)을 선포하며 그리스도 중심의 신앙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조셉 베이츠는 반복적으로 “하나님의 거룩한 안식일을 준수하므로 영혼이 구원 받는다”(Seventh Day Sabbath: A Perpetual Sign [1847], 55, 57)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기간에 목회자들의 복음전도 방식은 안식일이나 사후의 상태에 관한 주제 등을 논쟁 유발식으로 제시하여 성경으로 설득하는 형태를 띤 경향이 짙었다. 엘렌 화잇은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강단은 “우로(雨露)가 부족한 길보아 산들처럼 영혼을 적시는 은혜의 이슬이 전혀 없는 상태”(LS 325; 참조 삼하 1:21)가 되었다고 탄식하였다.
재림교회가 근본적으로 타 교회와 공유하고 있는 그리스도-우리의 의라는 진리를 바탕으로 하고 출발하였다는 점을 망각하거나 덜 의식하는 때에 재림교회의 정체성을 알리는 메시지는 편향적인 것으로 오해를 받게 된다. 재림교회가 다른 그리스도 교회들과 공유하고 있는 이 중심기별을 뒤로 한 채 차이점만을 드러내어 공세적 전도를 하여 그들과 담을 쌓아 적대적 관계를 굳혀 가는 일은 세계 선교의 비전을 다하게 할 수도 없게 하는 이단시비만 촉발시킨다. 그리스도 중심이라는 공통성을 결여한 독특성에 근거한 정체(停滯)된 재림 신학은 곧 새롭고 역동적인 재림 신학을 필요로 하였다. 재림 신학을 다시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그런 시대적 요구에 의해 대두된 것이 바로 1886-1919년 사이에 전개되었던 “믿음으로 말미암는 은혜에 의한 구원”의 기별이었다. 특별히 1888년 미네아폴리스 대총회는, 비록 노장측이 “은혜와 믿음”에 대한 가르침을 지나간 40여 년 간의 재림 신앙의 정체성을 허무는 것으로 단정하였지만, 재림교회가 그 사명을 다하려면 초기 교회와 종교 개혁시대이래 내려 온 유산인 그리스도 안에서의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의 큰 지반 위에서 재림교회의 정체성을 굳혀가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역사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동 회의에서 존스와 웨고너는 물론이거니와 특별히 엘렌 화잇은 구주되시는 예수 안에서의 믿음을 강조하였다. 그리하여 요한계시록 14:12에 나오는 대로 율법과 복음이 조화롭게 함께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의 기별은 위기에 봉착한 교회를 살려내어 부흥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20세기 전반부(1919-1950)의 재림교회 신학은 진화론을 등에 업은 자유주의 신학의 대두에 대한 반동으로 근본주의적인 축자영감론을 강조하는 등의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특별히 앤드리어슨(M.L. Andreasen)이 “종말의 때에는 그리스도 없이 자기의 의로 서야 된다”는 “마지막 세대” 신학 운동은 기독론이나 구원론이 종말론의 유도에 따라 제한받는 형국이 것이 되어 이 편향성 강조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다. 앤드리어슨은 재림교회가 그 역사적인 정체성을 포기하고 복음주의 노선에 영합한다고 비판하였지만 교회가 예수의 구주성보다는 모델성을 강조하는 완전주의 지향의 결과로 야기되는 그리스도의 의를 등지면서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것은 정체성의 지반인 그리스도를 상실하는 위험성을 간과한 것에 불과하다.
맺는 말
오늘의 재림교회는 이러한 1848-50년까지의 안식일 사경회 운동을 통하여 구축된 재림교회의 정체성을 담은 교리들을 전승 받았다. 이는 21세기에도 재림교회 신학의 DNA가 된다. 지난날 구축하여 온 이 역사적 재림신앙의 기본 틀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재림교회의 신학의 독특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으로 구원 받는 원리의 토대 위에 서라야 한다. 구원의 원리에서는 “하나님이 은혜로 구원하신다”는 직설법 다음에 “인간은 순종하라”는 명령법이 따라와야 한다. 그 순서가 바뀌어 직설법에 앞서 명령법이 오는 것은 율법주의로 전락하는 길이 될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인간의 순종보다 먼저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기별 선포도 그런 순서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복음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 토대를 분명히 밝히는 것은 결코 독특성의 입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율법과 복음을 조화롭게 강조하려는 첫 걸음이 된다. 재림교회는 이 진리의 체계를 디딤돌로 삼고 세천사의 기별을 온 세상에 선포하는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조직되었으며 마침내 그 사명을 완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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