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근처 낮은 산행을 하면 등산하는 것이 아니라 하이킹한다고나 할까요. 천천히 걸어야 하고 높은 산을 갈 수도 없고...그러나 아내는 재작년 12월 일리노이합회 미국인 목회자 일행과 함께 미끄러운 얼음 길 시내산도 걸어서 오르내리던 일도 있었고, 그 전에는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하루에 왕복한 일도 있었답니다. 흰 머리칼을 날리는 아내가 대청봉에 올라서자 수많은 등산객들로부터가 고마운 격려 박수도 받았다고 하드군요. 대학 근처 천보산(불암산) 가파른 바윗길을 같이 올랐던 수많은 산행 연습이 그 밑받침이 되었을 것입니다.
근래 구정 전날 1월 22일 B 교회 산악회의 초청을 받고 아내와 함께 나섰다가 산악회가 아주 험난한 다락원 능선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아내는 늘 가던 코스로 혼자 가겠다고 하여 우린 서로 헤어졌습니다. 물론 도중에 힘들면 어느 때나 곧 하산하라고 신신 당부를 하였지요.
B 교회 산악회 팀은 건강 증진 목적으로 조직되었지만 등산에 관심을 지닌 분들에 대한 선교적 목적도 들어 있습니다. 산악회는 장로, 남 여 집사들이 주축이 되어 많아야 8~10명 정도입니다. 그리스도교 초보자 한 분, 장로교 다니시는 한 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만난 고위 군 장교 출신 한분도 일요일에는 함께 등산하는 일을 해 오고 있습니다. 산에 오르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성경 이야기도 많이 나누지요.
구정 전 날 우린 다락원 능선 험난한 길을 걸어 신선대 근처 아늑한 한 봉우리 바위를 의지하고 점심을 들었답니다. J 여집사는 등산하시는 분들 점심을 준비합니다. 보온밥통 여러 개, 그리고 보온 물통 큰 것에 국까지 담아 오고 반찬도 여러 가지 준비해 오는 일을 늘 계속하여 온 헌신적인 집사님이지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점심을 들었지만, 산 정상이 어찌나 춥던지 점심 후 덜덜 떨려 뛰다시피 망월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면서 몸에 열을 냈던 일이 잊히지 않습니다. 하산 중 신앙에 관심을 가진 한 40대 돌싱의 질문들을 받고 대답하면서 지냈던 일은 아름다운 산행 한 토막으로 그와 나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교회에 나오면 돈독한 불교도 부모님에게 죄를 짓는 불효가 될 것을 염려하는 그 분의 속내 고백도 들었습니다.
그날 집에 오니 아내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추운 날씨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닌지 겁에 질려 전화를 하였더니 회룡역으로 향하여 걷고 있다고 하여 다소 안심을 하였습니다. 아내가 집에 도착하여 자초지종을 들었더니 신선대를 거져 우리가 점심을 들었던 봉우리도, 포대능선도 지나 사패산 방향으로 가다가 회룡사 방향으로 하산하였다고 하는 것입니다. 물을 마시려고 하니 얼어 있어서 못 마시고 점심도 거른 채 나보다 긴 코스를 걸었던 것입니다. 집에서 내가 허리 마사지 하는 것을 보고 그 정도 산행을 한 것이 힘들었느냐고 질문하는 아내 앞에 숨을 죽여야 했습니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강하다” -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은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목적은 70대 중반 아내 자랑에 절대로 있지 않습니다.
1월 24일엔 전에 올랐던 길과는 약간 다른 길로 산행하다가 Y 계곡을 거쳐 신선대를 지나 하산하는 코스도 걸었습니다. 역시 추운 날이어서 만만치 안았습니다. 1월 29일에는 예술의 전당 뒤편 길을 따라 사패산 능선길-포대능선-도봉산 정상으로 향한 능선 길을 왕복하는 긴 산행 이었습니다. 이땐 아직도 군 작전에 무엇인가 지원하는 일을 하는 고급장교로부터 시국 전망을 주로 듣는 일을 하면서 친숙해졌습니다. 그리고 10 여 년 전에 내가 침례를 베풀었는데 그동안 교회 출석을 하지 않다가 이제 다시 교회에 나오는 70대 후반 되는 분이 동행하여 반가웠습니다.
2월 5일에는 우리 일행이 불곡산을 양주시청에서 상봉을 거쳐 임꺽정 봉까지 종주하는 산행을 하였습니다. 상봉에서 임꺽정 봉우리 능선 길은 험난하고 얼마 전 내린 눈이 녹지 않아 녹녹치 않았던 환상적 코스였습니다. 이 길목에서 다른 산행 팀 50대 남자 한분이 미끄러져 허리를 다쳐 일어나지 못하여 119 헬기 지원을 받아 운반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85kg 이상 거구이고 허리를 못 움직이는 그 분이 험난한 능선에서 사고를 당하였으니 아찔한 일이었지요.
2월 5일 산행에서는 그동안 같이 산행해 온 L 초등학교 여선생과 개인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그는 <온 누리교회>에서 간증도 하리만큼 신앙적 깊은 체험을 한 분이고, 성경을 많이 알고 있으며, 예배가 어떠하여야 한다는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이 글을 써서 페북에 올리는 주 목적이 이 분과의 대화에서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헌신적인 H 장로, J 여집사 부부의 선교적 접근으로 L 선생이 재림교회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B 교회에 몇 차례 안식일 예배 인도 차 방문하였을 때 그 분이 때로는 주방에서 파틀락 점심 준비에 봉사하는 모습 등을 볼 수도 있었고 개인적인 대화도 나눈 일이 있었지요. 아직은 재림교회를 관망하며 혼자서 이런저런 평가를 하는 문 어구에 서 있는 단계에 있는 분입니다. 드디어 그 분은 2월 사경회 기간에 참석하며 느꼈던 속내를 털어 놓았습니다.
L 선생은 우선 예배 설교에서 <예언의 신>이란 엘렌 화잇 여사의 글을 자주 파워포인트로 제시하는 것을 두고, 성경 말고 다른 소스가 꼭 필요 하느냐는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는 성경이 뭔가 부족 하느냐는 의아심을 표출한 것입니다. ‘오직 성경’이어야 하는데 그 성경을 제켜 둔 강론을 하고 있는 방식으로 보인 것입니다. 심지어는 재림교회가 매우 이질적으로 느껴져 이해가 안 될 뿐만 아니라, 경계하는 마음이 앞선다는 것입니다. <예언의 신> 활용 그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참석자들의 마음 밭을 살펴 그 활용을 달리하는 선교적 전략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앙 연조가 오랜 분들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교회 문 어구에서 교회의 진상을 살피고 있는 영혼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방식을 피하는 것이 좋겠지요. 잘 알지는 못하지만, 미국 재림교회 예배에 참석하였던 여러 해 동안 아주 예외적으로 그것도 어쩌다가 인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 인용을 피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꼭 인용할 필요가 있더라도, 문어구에서 서성거리는 영혼들이 있다면 인용 출처를 밝힐 필요 없이 그 내용을 자기 말로 바꾸어 성경의 의미로 풀이하는 방식이 어떨까합니다.
그동안 짧은 기간 동안 재림교회 강단 메시지에 접해 온 L 선생 마음에는 교황권 정죄, 안식일 준수 등 교리적 강조가 개미 챗 바퀴 모양으로 반복되는 것으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주로 독특한 교리 설교에 집착하는 강단의 소리에 또 그 얘기인가 하고 한심스러워 하면서 눈을 감는다고 하는 속내도 털어 놨습니다. 그는 예배에 참여하여 하나님을 만나고 싶어 하고 자기가 당면한 삶의 문제들을 헤치고 나갈 하늘의 힘을 얻는 예배시간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임재 속에서 감격하고 감동받으면서 삶을 하나님의 뜻에 비끄러매는 영의 양식을 원하는 영혼의 목마름을 채워 주는 매력 있는 재림교회를 소망하는 그의 뜻을 읽어내면서 나는 내 자신을 살피며 반성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리의 빛을 추구하는 순례자들에게 (0) | 2012.03.17 |
---|---|
아벨의 비가 (0) | 2012.03.08 |
놀람 (0) | 2012.01.11 |
최후적 목표(goal)를 좇아가는 새해가 되기를 소원하면서 (0) | 2012.01.03 |
순종의 지리학 (0) | 2012.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