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DNA를 잘라 면역계의 공격을 회피하는 기생충인 트리파노소마는 편모충류에 속하는 원충으로 매우 다형태성이다. 요정처럼 보이는 이 생명체는 사실은 아프리카 수면병과 나가나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이다.

이 기생충은 사람몸에 들어오면 일단 혈액과 림프절에서 숫자를 증식시킨다. 이때 사람의 몸에서는 심한 열이 난다. 이 기생충은 어느 정도 숫자를 불리면 뇌로 들어가 뇌에 염증을 일으킨다. 원래 뇌에는 뇌수막장벽이 병균을 침입하지 못하게 막지만, 이 편모충은 인체의 면역체계를 쉽게 뚫어 버린다. 이쯤 되면 사람은 의식자체를 잃는다. 그래서 이 병명을 '수면병'으로 부른다. 일반적인 수면과 달리 이 '수면병'은 사람이 깨워도 쉽게 일어 나질 못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발견돼 아프리카 수면병이라고 불리는 이 질병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하다. 모기, 진드기, 체체파리 등 다양한 매체에 의해 감염되며 처음엔 지나치게 졸리고 피부발질, , 두통, 빈혈, 발작 등을 일으키다가 수개월 이내에 수막뇌염, 혼수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른다.

 

과학자들은 100년 넘게 이 기생충 트리파노소마를 연구하여 왔지만 그것이 인간의 혈액 속에서 면역체계의 공격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숙주인 인간을 황폐하게 하는지 밝혀내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드디어 트리파노소마가 800개의 유전인자들이 기만과 속임수를 사용하는 것을 밝혀냈다.

2009년 록펠러대 연구진은 저널 ‘Nature’415일자에 실린 논문("A yeast-endonuclease-generated DNA break induces antigenic switching in Trypanosoma brucei", Nature, April 15, 2009.)에서 파동편모충(T. brucei)DNA의 두 가닥을 잘라냄으로써 유전자 재조합을 이용하여 숙주의 면역계를 회피하는 방법을 알아내었다고 발표하였다. DNA의 배열을 주기적으로 바꿔 숙주의 면역계를 피해간다고 밝혔다. 설사 면역세포가 파동편모충을 공격하는 데 성공해 상당수를 없앤다 해도 일부 살아남은 기생충들이 또 다시 DNA를 재배열해 모습을 바꾸므로 다시 감염을 일으킨다. , T. brucei의 생존전략은 외피(surface coat)를 바꾸는 요술능력에 의존한다. T. brucei의 외피는 VSG(variant surface glycoprotein)라는 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외피를 코딩하는 유전자는 염색체의 끝부분에 가까운 15~20개의 지역에 위치해 있다. 숙주의 면역계가 거의 모든 T. brucei를 살해하더라도, 일부 살아남은 T. brucei는 자신의 DNA를 재배열하여 외피를 바꾸어 입고 다시 감염을 일으킨다. 이러한 숨바꼭질이 계속되는 한 면역계는 T. brucei를 박멸할 수 없으며, 숙주는 결국 사망하게 된다. 2007년 연구진은 "T. brucei가 외피를 갈아입는 빈도는 텔로미어의 길이에 달려 있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VSG 유전자의 내부(또는 주변)에 균열이 발생하여 외피의 교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2010년에는 미국 조지아대와 글래스고대 연구팀이 파동편모충이 특이적인 맹독성을 발휘하는 단백질을 피하는 기작 원리를 밝혀내 미국국립과학학회보(PNAS)에 실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파동편모충은 표면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돌연변이 시켜 파동편모충을 파괴하는 단백질과 결합하지 않는다.

사이언스는 여기에 벨기에 브뤼셀대 분자생물학 및 의학연구소(IBMM)의 디디에 살몬 교수팀의 결과를 더했다. 연구진은 파동편모충의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인 아데닐레이트 사이클라제의 활동성을 줄이면 숙주의 선천성 면역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기생충의 능력이 감소한다고 밝혔다.

 

요컨대, 기생충 Trypanosoma brucei는 복면을 한 도둑과 같다. 숙주의 면역세포(killer cells)는 시시각각으로 이 침입자 기생충을 제거하려고 접근하지만, 이 편모충은 자신의 DNA를 며칠마다 재배열하여 주기적으로 옷을 바꾸어 입는 모습으로 바꾸어 나가므로 살아남는다. 이를 항원변화(antigenic variation)라고 한다. 이는 도둑이 겉 옷을 바구어 입어 경찰의 수사, 체포를 피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마귀도 우리를 향하여시시각각 그 옷을 갈아 입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속임수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이런 경계의 말씀을 주셨다.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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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HN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