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미국에서 아버지를 찾아 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천보산(불암산) 바윗길을 오르자고 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건강상태가 어느 정도 되는지 체크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가파른 길을 별 힘들이지 않고 휘적휘적 나아갔다. 아들도 잘 걸었다. 그러나 가파른 길이 이어지면서 아들은 숨을 몰아쉬고 힘들어 했다. 바위 한 쪽에 쭈그려 앉아 쉬는 아들의 얼굴이 창백하여 갔다. 아버지는 아들을 근심스럽게 바라보면서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이러기를 몇 차례 한 뒤에 아버지와 아들은 정상에 도달하였다. 그 뒤 아버지는 여러 차례 아들에게 그렇게 약하여가지고 삶의 橫波 길을 어떻게 뚫고 가겠느냐고 자극적인 말을 하곤 하였다.
그로부터 약 10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안식일 오후. Seattle에 체류하고 있는 아버지를 찾아 온 아들에게 아버지는 또 걷자고 하였다. 이번에는 동생 가족과 자부가 함께 나섰다.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바다가 보이는 Meadowdale은 매력적인 산책길로 시애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찾곤하는 곳이다. 상당수의 한인들이 즐겨 찾는다. 무성한 숲 사이에 있는 오솔길(트레일)을 따라 내려가며 걷는 길에서 그리고 태평양의 파도가 출렁거리는 해변에서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사랑의 친교를 나누는 일은 피곤한 인생길의 오아시스라고나 할까? 바다를 뒤로 하고 오르막길에서 아버지는 예전처럼 휘적휘적 걸어갔다. 뒤 떨어져서 걷는 아들은 처음 출발한 곳이 가까워 오자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아버지는 숨을 가쁘게 쉬며 걸었다. 아들은 힘들이지 않고 앞서서 목표지점에 도착하였다. 가족들이 다 올라온 다음 아들은 말하였다. 아버지의 몰아쉬는 숨소리가 힘겨운 것처럼 보인다고...
시간은 70대 중반을 곧 바라보는 아버지가 한 10년 전의 자극적인 말을 되돌려 준 40대 후반의 아들 편이다.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뒤 이상스럽게 보이는 부자동행을 또 한다면 그 땐 어떤 말이 뒤 따를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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