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 의미를 찾아서
인간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인간은 쉼 없이 계속하여 일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휴식을 통한 육체의 재충전 없는 활동이란 자기 파괴적일 뿐이다. 휴식이란 그 다음에 오는 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휴식의 목적은 활동에 있는 셈이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이런 논리로 쉼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런 쉼의 필요성에 관한 시각이 필론의 글에 나오기도 한다. 이런 논리를 그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쉼 논리는 세속적 논리에 불과하다. 구태여 그 사상적 기원을 찾아본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 나오는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성서적 안식관의 핵심을 바로 들추어 놓은 것이 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
“하나님이 일곱째 날을 복 주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이 날에 안식하셨음이더라”(창 2:3).
안식일은 하나님의 창조의 경축 기념일이다. 하나님께서 6일 동안 공간과 그 가운데 만물 창조 마치시고 일곱째 날 시간을 안식-복-거룩함으로 성별하셨다. 안식일은 영혼과 육체를 황홀하게 하는 복을 타고 났다. 시간을 성별케 된 날이 곧 안식일이다.
안식일은 구속의 경축 기념일이다. 안식일은 공간 속에 사는 인간이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날이다. 기술문명으로 공간 정복을 한 인간은 승리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손수 만든 제품의 노예로 전락되어 있다. 인간이 정복한 것이 도리어 인간을 정복한 상태로 역전되어 있는 것이다. 정복과 소유를 위한 투쟁 속에서 인간은 죄 아래 팔려 있는 존재로 전락되었다. 그래서 본래의 상태로 되돌려야 했다. 그리고 이 되돌아가기 훈련이 반복되어야 했다. 안식일은 이런 목적을 위한 날이다. 이날은 노예로 전락한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자유와 해방 불어넣는 날이다. 그래서 해방과 자유를 만끽하는 날이 되었다. 예수께서 7번씩이나 안식일에 이적을 행한 복음서의 기사는 이런 안식일의 근본정신을 들추어내기 위한 개혁적 행사이었다. 기술문명으로부터, 사회적 질곡으로부터 해방되어 참된 자유함을 향유하는 날이다. 이 날은 소유를 지향하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해방되어 원초적인 존재로 환원 복귀하는 날이다. 또한 이 날은 만물과 조화를 이루는 날이며 다른 인간과 축복을 나누는 날이다.
안식일은 금식하거나 슬퍼하는 날이 아니고 기쁨과 환희의 날이다(사 58:13). 쉴만한 물가가 되는 이 날은 기쁨이 넘치는 날이다. 안식일은 영원한 낙원과 영생을 미리 맛보는 날이며 음미하는 날이다(시 92. 편 참조). 안식일과 영원은 하나가 된다. 오는 영원한 나라의 예로 안식일을 들 수 있다. 안식일은 무엇을 달라고 요청하는 날이 아니다. 안식일은 감격, 감사로 인하여 찬양하는 날이며 경배하는 날이다.
세상의 종교 의례라는 것들은 어느 공간을 성역화 한다. 성역화 된 곳에 세운 신상은 감금된 신일뿐이며 인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범신론도 공간 종교에 불과하다. 공간 정복에 온 힘을 경주하는 인간이 황홀한 영원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날이 안식일이다.
6일 동안의 활동은 안식일의 안식이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안식일은 잃어버린 기력을 회복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안식일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 가운데 가장 마지막 작품(last in creation)이자 하나님이 의도하신 것 중 가장 첫 번째(first in intention) 작품이다.” 보통 날은 이 안식일을 위하여 존재한다. 안식일은 삶의 절정을 이루는 날이다.
노동이 하나의 기능이라면 완전한 안식은 예술이다.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은 시간이라는 화폭 위에 신비하고 장엄한 창조의 절정을 그리는 것과 같다. 창조주일 엿새 동안 하나님께서는 반복적으로 “보시기에 좋았더라(good)”고 선포하신다. 즉, 창조하시는 일은 선(善)한 일이었다. 이 선이 일곱째 날의 성(聖)을 지향한다. 성(聖)없는 선(善)이란 불완전하다. 인간의 삶이란 일곱째 날을 향한 순례여정이다.
(아브라함 헤셸의 The Sabbath를 읽고 내 마음에 다가 온 것 몇 가닥을 정리해 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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