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언약 서설 - 언약이란 무엇인가?

 

용어의 번역

언약은 신구약 성경의 중심이 되고 하나로 묶어주고 있는 골조가 되는 주제이다. “언약(berîṯ, covenant)”라는 단어가 구약성경에 287, 신약성경에 33회 나온다. 33회 중에 7회는 구약성경을 인용하고 있다. 70인 역은 히브리어 berîṯ을 헬라어로 옮기면서 diathēkē(언약, 유언)를 역어로 사용하였다. 디아데케에는 언약유언의 의미가 담겨 있으며, 유언이 세속 민법상의 계약 종류에 들어 있기는 하지만, 유언의 의미가 배제된다. 그 이유는 유언이 언제든지 유언자에 의하여 변경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효력도 유언자가 죽은 다음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언약을 체결-약정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언약에 있어서 유언의 의미를 배제되어야 한다.

영어 “Testament”는 라틴어 testamentum에서 온 말로 제롬이 불가타(Vulgate) 역본에서 berîṯ의 역어로 diathēkē를 채택하였다. 이 라틴어 역어에도 유언의 뜻이 들어 있지만, 성경 표제에서는 그런 의미는 배제되어야 마땅하다. 성경 제호에서 “Testament”는 정경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테르툴리아누스 이래 성경 제호로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으로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 “Testament”를 사용하여 오고 있다.

성경에는 직접적으로 언약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도 문맥상 간접적으로 언약 사상을 함축하고 있는 본문들이 훨씬 많다. 이 사실은 구원사가 언약 사상의 지반 위에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성경은 기본적으로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전체 주제가 언약이라고 할 수 있다.

 

언약이란 무엇인가?

언약이란 일반적으로 두 당사자, 또는 그 이상의 당사자 사이의 약정을 지칭한다. 성경에서는

언약을 세워”(15:18), “너희와 세우신 ”(24:8), “너희와 세우신 언약”(4:23; 5:2), “열조와 맺은 언약”(11:10), “화평의 언약을 세우고”(34:25) 등에 나오는 세우신이나 맺은언약은 문자적으로 언약을 자르다(karat berit, to cut a covenant)“의 의미이다. 이 표현이 구약성경에 80회 이상 나온다. 이들 표현은 언약 체결을 전달하는 표현이다. ”언약을 자르다(karat berit)“(15:18)는 것은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말로 계약을 자르다는 뜻이다. 자르다는 표현은 삶과 죽음을 절단하는 엄숙한 피의 약정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히브리어 베리트(berîṯ)언약으로 번역되고 있다. 그 어원적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그 어원적 불확실성 때문에 학자들 사이에 의견의 일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 제기된 내용은 다음 다섯 가지로 요약 된다.

 

(1) 먹다라는 의미의 동사 바라(barah)’에서 파생되었다는 견해 - 이것은 언약 체결과 함께 이어지는 음식 나눔 축제가 언약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2) 사이를 의미하는 아카드어 전치사 비리트(birit)’에서 파생되었다는 견해 - 이것은 언약의 당사자들 사이를 의미하는 전치사가 중보의 의미로 발전하여 마침내 언약을 지칭하는 전문용어로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3) 선택하다를 뜻하는 히브리어 동사 (baru)’에서 파생되었다는 견해 - 이 경우 베리트의 어원적 의미는 결정혹은 확정이다.

 

(4) 속박하다묶다’ ‘걸다등을 의미하는 아카드어 비리투(biritu)’에서 파생되었다는 견해. 이는 언약 당사자 간의 결속(clasp, fetter)’베리트의 기본적 의미로 본 것이다. 結束은 우리말 번역 言約이라는 표현에서 묶다” “몸가짐을 단속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과 상통한다. 이 약정의 시각에서 언약은 결속 또는 동맹적 의미를 담고 있다. 히브리대학교의 Weinfeld 교수가 이 결속의 의미로 푼 시각이 널리 알려져 왔다.

 

위 견해 중 마지막 견해에 따라 보는 것이 언약의 부담, 책무, 의무를 잘 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언약이란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주도하시어서 일정한 형식을 통하여 상호 관계의 결속을 서약하는 엄숙한 약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성경에서 언약은 두 가지의 관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그 하나는 인간 사회에서 대등 당사자 사이나 또는 강자와 약자 체결되는 관계로 나타난다. 이 언약(berit)은 계약 당사자 사이의 신분에 따라 계약, 동맹, 결속, 또는 조약의 특성을 띄고 있다.(14:13; 21:22-32; 26:26-31; 삼상 18:3; 삼하 3:12-13; 왕상 20:34; 12:1; 17:15; 2:14 ). 다른 하나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언약(berîṯ)이다. 이 유형이 전자보다 더 많이 나오고 더 중요한 성경의 핵심적 사상이 된다. 그 외에도 계약 상대방에는 모든 생물(9:10-12, 17), 들짐승, 공중의 새, 땅의 곤충(2:18), 및 밤과 낮(33:21, 25, 26)도 들어 있다.

 

외견상 언약 당사자인 하나님과 이스라엘은 쌍무적인 관계로 결속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은 나는 너의 하나님이 되고 너는 내 백성이 되리라”(7:23)는 언약 공식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주권자로서 역할을 하시게 되고,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언약 당사자 사이에 서로가 상대방에게 책임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쌍무적이다.

 

그러나 성경이 강조하는 언약은 언약 당사자인 하나님이 발의한 것으로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대등한 쌍무적 관계를 넘어서는 주권적 종속관계 형태로 결속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언약은 하나님에 의하여 주도되어 왔다는 점에서 불평등성을 지닌다. 부조들과의 체결하신 언약에 배어있는 구속의 경륜을 지켜 구원하고자 하는 것이 하나님과의 언약의 특성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고자 언약을 체결하신 것이다. 출애굽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주도하신 구원의 역사이다. 그런 하나님의 주도적 역할은 시내산에서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을 신부로 삼으시고 자기 백성으로 삼으신 언약을 체결하셨다. 그 결혼식장이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시내산이었다는 점도 하나님의 일방적인 주도로 이루어진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언약과 관련한 하나님의 일방성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언약을 주도하신 하나님께서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만유의 주이시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여 언약의 상대역인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피조적 존재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은 결코 하나님과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언약 당사자로 삼으신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이다. 곧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피조물인 이스라엘에게로 자신을 스스로 낮추신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을 언약의 파트너로 삼으셨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능력이나 업적으로 하나님의 언약 당사자가 된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이스라엘의 선택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에 근거하고 있다(7:7-8). 그런 점에서 언약은 구원받은 이스라엘에게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가장 큰 은혜요 복이다. 시내산 언약을 통하여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새로운 신분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구원의 결과로 얻은 복 가운데 가장 크고 우선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언약에 순종하여야 하는 책무를 지니고 하나님과 결속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수반되어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에게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당당하게 누릴 새로운 신분과 권리가 주어졌다. 그것이 곧 우리들이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해야 할 이유와 근거이다(살전 5:16-18).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자체가 곧 언약관계 아래 기속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믿을 때 하나님과의 언약관계에 들어간다(Ev 618). “그리스도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자기 자신들을 하나님과 언약관계로 연결하게 된다”(MH 62) “우리들이 그리스도를 우리들의 구세주로 받아들였다면 우리들은 하나님과 동역자들이 되는 그 조건을 수락한 것이다. 우리들은 주님을 위하여 전적으로 헌신하리라는 언약을 주님과 더불어 맺었다”(2SM 124). 그리고 마음에 진리를 소유하고 진리로 말미암아 성화된 자들은 세상을 경고하는 위대한 사업에 있어서 자기들에게 배당된 몫을 이행할 것이다”(CS 74). 그것은 하나님과 언약의 관계로 묶여 있다는 점에 집중된다. 언약의 카테고리 안에 인간의 삶의 현장이 있다. “하나님의 크신 언약은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 이 쉬지 아니하리라”(8:22)고 선언한다. 이와 같은 언약을 믿고 농부들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COL 65).

 

요컨대, 언약은 하나님과 자기 백성 이스라엘의 관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사상이다. 언약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어떤 결속 관계가 존재하는지를 밝혀 주면서, 동시에 이 언약은 이스라엘이 어떻게 신뢰하며 순종하였는지를 알려주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모든 신자는 하나님과의 언약관계 아래 있다. 성경의 언약은 은혜언약이라는 큰 테두리를 각기 다른 시대와 환경에서 살았던 하나님 백성들이 당면한 상황과 필요에 적용시키는 방식으로 여러 종류가 나타난다. 죄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인간을 죄로부터 구원하는 것, 우리에게 은혜, 용서, 칭의, 영광을 주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처음부터 동일했던 언약의 목적이었는데 이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다.”

하나님 백성으로서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지킬 것인지 안 지킬 것인지 이것이 문제다.

(* 지금까지 게시한 대부분의 글에는 각주가 들어 있으나 여기 게시할 때 따라오지 않습니다. 이 번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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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HN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