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容恕)의 의미에 관한 노트
용서(容恕)의 의미에 관한 노트
1. 용서 의미
(1) 용서의 사전적 의미
한자의 용서(容恕)에서 容은 ‘담다’를, 恕는 ‘같은 마음’이어서 문자적으로 ‘같은 마음을 품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국어사전에 나오는 뜻대로 용서를 ‘놓아 줌,’ ‘죄를 면하여 줌,’ 또는 ‘꾸짖지 아니함’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2) 영어의 용서 forgive 의 어원적 의미
forgive에서 for 는 ‘전적으로(completely),’ give(고대 영어 giefan)는 ‘주다’를 뜻하여 forgive는 ‘전적 시여 또는 완벽하게 주는 것’을 뜻한다.
라틴어 “perdonare”나, 독일어 "vergeben" and 프랑스어 "pardonner" 모두 영어 의 풀이와 같은 뜻을 담고 있다.
그리하여 이 용서의 의미가 ‘유보 없이 전적으로 주는 것(to give completely, without reservation,’ ‘벌주고자 하는 욕망도 힘도 포기한’ 의미로 발전하였다.
2. 논어에 나오는 恕
공자의 제자 여러 명이 모였을 때, 그 중에 자공(子貢)이라는 제자가 공자님께 여쭈었다. "선생님, 평생을 두고 마음에 담아 실천할 만한 좌우명 하나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공자님은 "그것은 바로 서(恕)니라" 라고 곧 대답하시면서 ‘상대방이 원 치 않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 부쳤다.
子貢이 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잇가 子曰 其恕乎인저 己所不欲을 勿施於 人.
공자의 그의 제자 사이의 질문과 응답은 차원 높은 혜안적인 통찰이 나와 있 다. 그러나 용서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 덧부친 말도 부정적 어휘가 사용되어 있어서 소극적이다.
3. 용서의 신학적 의미
(1) 아담 타락 이래 인간은 죄인으로 전락되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의인은 없나 니 하나도 없나니”(롬 3:11; 시 14: 1-2)에서 보듯이 인간에게는 죄인이라는 낙 인이 찍혀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용서의 길을 마련하셨다. 흔히 ‘잘못은 인 간이 저지르지만, 용서하는 것은 하나님의 일 (To err is human. to forgive, divine.)이라는 격언이 이를 압축하여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2) 히브리어에서 용서를 두고 세 개의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즉, 'kipper(덮다),' 'nasa(죄책을 짊어져 없이하다),' 'salah(용서하다)이다. ‘나사’는 하나님이나 인간 의 용서에 사용되었으나 나머지 두 개의 단어는 하나님의 용서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헬라어에서는 4 개의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곧, 'apolyein(ἀπολύω, 마 5;31; 눅 6:37), charizesthat(χαρίζομαι, 눅 7:21, 엡 4:32), paresis(πάρεσις, 롬 3:25 ‘간 과함), 및 aphesis 이다. 마지막 단어 aphesis(ἄφεσις)가 신약성경에서 가장 일반 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용서를 두고 사용되고 있다.
(2) 용서의 원천-엡 1:7
죄 용서를 주도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고후 12:13; 골 2:13).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ἄφεσις)을 받았느니라.”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죄 용서는 그리스 도의 보배로운 피의 은혜로 말미암아 온다(히 9:22, 26; 롬 4:25).
본문에서 ‘죄 사함 ἄφεσις’ 는 “해방, 면제, 용서”를 뜻한다.
하나님의 용서는 칭의 메시지이다. 엘렌 화잇 여사는 죄 용서를 ‘오로지 하나님 께서만 하시는 용서’로 진술하고 있다(SC 37; 9T 63). 이 하나님의 용서는 인류 모두에게 주어진 객관적, 보편적 칭의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는 인간 편의 죄의 자복, 회개라는 조건이 달려 있다(눅 17:3-4).
“죄인을 위하여는 한 길 밖에 없다. 신실한 회개와 죄의 고백, 깨끗하게 하시는 그리스도의 피에 대한 믿음이 용서를 가져달 줄 것이며”(2T 293).
용서의 조건성은 인간의 선택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다.
(3) 인간 사이의 용서- 엡 4:32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 안에서 너희 를 용서함 같이 하라.” -> “서로”에 비추어 용서는 상호적이어야 한다.
용서는 자기에게 잘못한 자에게 은혜를 베푸는 태도, 물론 상대방의 죄된 행동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죄하는 태도를 버리고 잘못하였음에도 불구 하고 친절하게 대하여 주는 것이다.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이 아니다. 이 용서는 공동체 내 안식, 관계 회복 및 치유를 일으킨다.
“용서라는 것은 피해자의 의도적인 노력이다. 그것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 다.”(안교 교재 제3기 제7과))
용서는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다. 용서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계속해서 그 잘못을 저지르도록 묵인하는 것이 아니다. 용서란 우리의 억울함과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을 하나님께로 돌리는 것 을 의미한다.
베드로는 서로 용서하는 일을 랍비들의 3회에서 7회로 확대 제안하였지만, 그리스 도께서는 70번의 7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여 그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대하셨다. 햇볕이나 비를 의인이나 악인에게 골고루 내려주시는 예를 제시하기도 하셨고, 심 지어는 원수까지도 용서하라고 하셨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마 7:12). 이는 공자님의 부정적 언어로 제시한 己所不欲 勿 施於人을 넘어선 적극적이고 긍정적, 진취적이어서 유교 윤리를 뛰어 넘는 특성을 보여 주고 있다.
(4) 주기도문에 나오는 용서기도
마태: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 옵고”(6:12)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용서하셨으니 우리도 형제의 죄를 용서하여야 한다.
“사하다”는 ἀφίημι (aphie-mi)는 “내보내다, 버려두다, 용서하다. 가게하다, 보 내버리다, 취소하다, 탕감하다, 용서하다”의 뜻이다.
누가: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 우리 죄도 사하여 주옵 시고”(12:4 ).
(5) 주의 기도문의 용서기도에 있어서 선행성 이해
두 기도문의에서 하나님의 사죄와 인간의 사죄 중에 어떤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가?
㉠ 마 6:12 마태의 기록은 분명히 우리의 용서가 하나님의 용서에 대한 근거로써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가 남을 용서하지 않으면 하나님도 우리를 용서하시지 않는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용서에는 인간의 용서라는 선행적 조건성을 함축하고 있다.
㉡ 눅 12:4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 우리 죄도 사하여 주옵시고.” 이 번역에는 마치 “우리가” 용서의 주체가 되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 점이 있어 보여 2인층 단수 능동태인 αφες의 주어 “주께서” 또는 “당신께서”가 잘 안 보인다.
누가는 ἀφίημι의 2인층 단수 2aorist 능동태 명령법, αφες를 사용하고 있다. 따 라서 하나님이 우리 죄를 사해 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죄를 사하여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역>
“우리에게 우리 죄를 용서하시옵소서. 그 때에 진실로 우리도 우리에게 죄를 지 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겠나이다.”
<원문>
και αφες ημιν τας αμαρτιας ημων και γαρ αυτοι αφιεμεν παντι οφειλοντι ημιν.
이 본문에 나오는 και γαρ를 ‘그리고 진실로’로 번역 이해가 가능하다. ‘γαρ’는 ‘then, indeed, since, for’를 뜻한다.
2인층 단수인 “주께서”가 주어가 되어 용서의 원천이 되고 인간 용서에 선행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하나님의 용서의 선행성이 명확하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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