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0:8-11절과 신명기 5:12-15에 나오는 안식일 계명의 내용에는 유사성과 차이점이 나타난다.

I. 본문과 그 대비

A. 출애굽기 20:8-11

“8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

9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10 제 칠 일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육축이나 네 문 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11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제 칠 일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

 

B. 신명기 5:12-15

“12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네게 명한 대로 안식일을 지켜 거룩하게 하라

13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14 제 칠 일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소나 네 나귀나 네 모든 육축이나 네 문 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네 남종이나 네 여종으로 너같이 안식하게 할지니라

15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강한 손과 편 팔로 너를 거기서 인도하여 내었나니 그러므로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를 명하여 안식일을 지키라 하느니라.”

 

C 두 본문 대비

: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 (8)

: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네게 명한 대로 안식일을 지켜 거룩하게 하라(12)

 

: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9)

: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13)

 

: 제 칠 일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 이나 네 여종이나 네 육축이나 네 문 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10 )

: 제 칠 일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 나 네 여종이나 네 소나 네 나귀나 네 모든 육축이나 네 문 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네 남종이나 네 여종으로 너같이 안식하게 할지니라(14)..

 

 

: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제 칠 일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11).

: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강한 손과 편 팔로 너를 거기서 인도하여 내었나니 그러므로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를 명하여 안식일을 지키라 하느니라.”(15).

 

위 본문 대비에서 대부분은 유사하지만 출애굽기와 신명기는 밑줄 친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1. 출애굽기는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고 하지만, 신명기는 지켜 거룩하게 하라고 한다.

2. 출애굽기의 네 육축이나 를 신명기는 네 소나 네 나귀나 네 모든 육축이나로 예시를 부연하며, “네 남종이나 네 여종으로 너같이 안식하게 할지니라고 반복 강조하고 있다.

3. 출애굽기 20:11은 창조 사건에 기초하여 안식일 준수를 명하고 있으나, 신명기 5:15은 이 스라엘이 애굽으로부터 구속받은 사건에 기초하여 안식일 준수를 명하는 큰 차이점을 보여 주고 있다.

4. 출애굽기와 신명기 두 본문 상에 나오는 단어나 구의 빈도에는 차이점들도 나온다.

안식일(Sabbath) 빈도는 각각 3회씩 동일하지만, “은 출애굽기에는 6, 신명기에는 4회가 각각 나온다. 그 외에도 여호와“(3, 4), ”여호와 너희 하나님“(1, 4) 등 여러 어구들의 빈도상의 차이와 부연 어구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5. 출애굽기는 안식일의 거룩성을 간조하고 있다. 그리고 안식일의 기원을 여호와 하나님의 6일 창조 사건, 즉 창세기 2:2-3에 두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6. 신명기 안식일 계명을 5:1215절의 다음 구절로 안식일 계명의 시작과 끝나는 어구로 삼는 일종의 전후 호응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네게 명한 대로 안식일을 지켜 거룩하게 하라(12).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를 명하여 안식일을 지키라 하느니라.”(15).

 

 

II. 신명기 안식일의 신학적 의미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신명기는 안식일 제도의 의미를 이스라엘의 구원역사(salvation history)에 연결시키고 있다.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너의 하나님 야웨가 강한 손과 편 팔로 너를 거기서 인도하여 내었나니 그러므로 너의 하나님 야웨가 너를 명하여 안식일을 지키라 하느니라"(15).

출애굽기의 안식일 제도 기사는 전 인류의 존재의 기원이 창조주 하나님께 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기억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신명기 안식일 계명은 구속사적 사건 차원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그들의 기원(origin)과 정체성(identity)을 강조하고 있다. 신명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자연적으로 탄생한 백성이 아니라, 참혹하게 억압받았던 상황속에서부터 구원 받은 백성임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 하나님 백성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말미암아 과거의 불행한 삶으로부터 구출 받은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모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 자체에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인들의 노예생활에서부터 해방된 것만 뜻하는 것만 아니라, 하나님의 인류 구원의 우주적 드라마 사건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을 함축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안식일은 "하나님과 하나님이 성결케(거룩케) 한 이스라엘 백성들(그들의 자손들을 포함하여) 사이에 있는 표징(sign)"이 된다는 것이다(31:12-17; 20:12, 20). 요컨대, 안식일은 미래의 모든 하나님 백성들이 하나님의 언약에 대한 신실하심을 증거하는 징표가 된다는 것이다.

바로의 노예생활을 한 과거의 삶은 바로를 주님으로 섬기고('섬기다'는 히브리어는 '예배하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삶았던 삶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게 바로가 자기들의 운명을 거머 쥔 주가 된다는 점을 단호히 거부하고, 이제는 안식일을 야훼 하나님이 자기들의 주가 되시며 그 분을 자기들의 주님으로 섬기기(예배하다)로 하였다는 결단의 징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하여 종교개혁자 요한 칼빈은 다음과 같이 주석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그리고 다시금 에스겔을 통하여 어디에선가, '안식일은 하나님과 하나님이 거룩하게 하신 유대인들 사이의 표징(表徵, sign)이다' 라고 선언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거룩케 하심'(聖化, sanctification)의 대의(大意)와 본질을 살펴보아야 한다. '성화'('거룩케 하심')란 죄된 성품(육신)의 죽음을 의미한다. 즉 사람이 자신을 부인하고 그들의 세상적 본성을 끊어버리고 포기함으로써 그들이 하나님의 영에 의해 지배를 받고 인도함을 받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어 받은 사도 바울은 애굽적 삶으로부터 해방되어 홍해를 건너는 모습을 성례전적(聖禮典的, sacramental)으로 풀이하고 있다(고전 10:16). 안식일은 애굽의 바로의 억압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홍해에서 옛사람을 수장(水葬)하고 다시 태어나는(침례 받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기들의 정체성을 알리는 예표(豫表)가 되는 것이다. 안식일은 옛 언약 백성 이스라엘 진정한 '안식'은 단순히 바로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넘어서 그들의 새로운 주님이 되신 야훼 하나님을 섬기는 또 다른 '기속(bond)', 즉 언약관계로 들어가는 표가 되는 것이다. 언약 공동체로서 이스라엘은 그들을 애굽에서 구원하신 구원자 하나님이 곧 하늘과 땅을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것을 시내산 아래에서 배운 것이다.

모세가 출애굽기와 신명기에서 안식일을 창조신학(creation theology)과 구원신학(salvation theology)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이 맥락은 오늘날까지, 아니 종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새 언약의 백성들로서 신약의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에게 속하여 침례를 받음으로서, 옛 사람(육에 속한 사람, 혹은 첫 아담에게 속한 사람)은 죽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 새로운 창조 질서 안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다시 부활하심으로 시작된 이러한 새로운 피조적 존재(고후 5:17)는 아직 그 완성을 남겨 놓고 있다. 그렇다면 침례를 통하여 새 인간으로 탄생하여 새 창조 질서에 들어온 그리스도인은 부단히 새로운 창조의 절정인 영원한 안식의 세계를 갈망하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한 안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진정한 안식을 가로막는 모든 인간적인 죄들과 욕망들을 벗고 거룩해져야 한다. 이렇게 거룩해져 가는 과정을 '성화'(聖化)라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성화의 괒엉에 역동적 힘을 지닌 제도가 안식일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거룩하게 한 것처럼 하나님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는 분이심을 특별히 안식일에 기억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옛 이스라엘이 안식일을 기념하면서, 하나님께서 애굽에서 그들을 불러내어 거룩하게 하신 것처럼, 지금도 새 이스라엘은 주일을 기념하면서,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죽음의 영토에서 불러내어 '거룩하게 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억을 통하여 우리는 현세에서 우리의 모든 죄성(罪性)들을 부단히 씻고 제거하여야 할 것이다.

III. 기념하고 기대하는 백성

그리스도인들은 안식일 성수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그의 구원 사역을 통하여 이루신 안식을 기념(remembrance)할 뿐만 아니라, 그의 오심을 기대(expectation)하면서 믿음의 순종의 삶을 이어간다. '기념'은 갈보리 십자가에서 이루어진 구원 사역을 회고하는 행위이다. '기대'는 장차 오실 그리스도의 재림을 통하여 새 세상에서 이루어질 완성된 구원사역(영원한 안식)을 기다리는 행위이다.

요한계시록은 도덕적 율법인 십계명의 종말론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11:19; 12:17; 14;12). 14:7에서는 안식일 계명 표현양식을 그대로 인용하여 영원한 복음을 온 세상에 선포한 첫째 천사의 기별에 함축시키고 있다. 그리스도와 사단 사이의 대 쟁투의 전개 과정에서 안식일이 대쟁투의 이슈가 되는 안식일 메시지를 제시하신 이유는 바벨론의 죄를 탈출하여(엑소더스) 거룩한 백성으로 진리와 성화의 길을 줄기차게 걸어가는 백성을 끊임없이 상정하고 있는 점은 성경 전체의 언약 백성의 생명의 길이 되기 때문이다.

 

Posted by KAHN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