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대한 헬라어 표기는 ‘에클레시아(ekklesia)’이다. 에클레시아는 ‘ek’(‘out’)과 ‘klesia’의 동사형 ‘kaleo’(‘to call’)의 합성어이다. 그리하여 에클레시아는 ‘~으로부터 불러냄을 받은 사람들,’ 즉, 부름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를 뜻한다. 에클레시아는 본래 고대 그리스에서 자유민들의 직접민주정치의 주체인 정치적 공동체를 일컫는 말인데, 신약성경에서는 예수를 메시야로 신봉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적용시켜 사용되고 있다. 구약성경에서 ‘회중’을 뜻하는 ‘qahal’을 70인역본에서 에클레시아로 번역한 점에 비추어 보면 신구약 성경은 이 용어를 하나님을 믿도록 부름 받은 백성들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어 번역어 ‘교회(敎會)’는 ‘가르칠 敎’ 자에 ‘모일 會’ 로 가르침이 있는 모임이란 뜻 이상이다. 세상에는 가르치는 단체들이 많지만 교회는 그런 단체들과는 다르다. 이 점은 敎會라는 말로 번역한 시대적, 사상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 질 것이다.
중용 첫 머리에 나오는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오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니라>. 이 중용의 첫 머리 표현은 ‘하늘이 명한 것이 성(性)이고, 성에 따르는 것이 도(道)이며, 도를 마름하는 것이 교(敎)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태초에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시어 인간 안에 하나님의 성품을 넣어 주셨으며 인간이 그 하나님의 마음을 따라 사는 것이 도(道)라는 것이다. 인간이 죄를 범한 이래 이 하나님의 품성을 잃어버려 예수께서 오시어 ’나는 길이요 진리‘라고 하시므로 참 도의 길을 밝히시었다. 참 도의 길을 따라 살아갈 때 그 실천수단으로서 그것을 구체적이고 보편타당적인 교훈으로 제도화시키고 儀式으로 하여 삶을 변화시키는 지도, 계발 등이 이루어지는 일이 교(敎)가 된다. 요컨대, 敎는 天道 즉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의 길을 삶의 현장에서 구체화시켜 구원 받은 백성이 사명으로 삼아야 할 본래의 하나님 형상을 구현하여 나아가는 가르침이다.
에클레시아의 핵심은 세상으로부터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백성들이라는 점에 있다. 에클레시아는 하나님이 불러내어서 모인 무리들이다. 교회는 위로부터 부름 받아 나선 공동체이다. 여기에 교회는 세속적인 수많은 단체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즉, 교회는 모여 가르침을 받는 단체라는 의미 이상이다. 에클레시아는 가르침을 받으러 모이는 것이 아니라 부름 받았으니 모이는 공동체인 것이다.
전지전능하시고 무소부재하신 우주의 창조주 하나님께서 대면하자고 부르심을 받은 무리들은 그 부르심에 순응하여 나온다. 어떤 사정 때문에 못 나간다고 꾀를 낼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우주의 대통령이 독대하자고 부르셨는데 사업상 바쁘다거나 선약이 있다고 하면서 그 부르심을 외면하거나 거절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부름 받은 일을 절대적인 의무와 특권으로 수용하여 만사를 제치고 목욕하고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야 하는 것이다.
부름 받은 사람들은 함께 모여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 분의 인도하심과 구속에 감사 기도한다. 또한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이루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듣고, 그동안 섭리의 인도하심을 체험한 것들을 나눈다.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변화되어가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 교회는 하나님 중심의 이야기꽃을 피우고 노래하고 기도하는 일로 인하여 감동과 감격, 새로운 결단이 일어나는 현장이다.
목숨을 걸고 하늘 길을 따르면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도하며 변화를 받은 새 사람이 되어 새 세계를 향하여 오늘도 활기차게 나가는 창조적인 에클레사아-이것이 삶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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