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결혼예배

윤리 : 2017. 1. 15. 20:49

 

성스러운 결혼예배

201718일 삼육대학교 교회당에서 거행된 결혼 예식을 보고 그 소감을 간추려 소개코자 한다.

점심 때 이00 교수의 딸 이예랑 신부와 제임스 신랑과의 결혼예배에 참석하다. 한 겨울 속인데도 봄날 같은 날씨다. 신부는 보스턴대학교 상담심리학 박사과정 3년생이고, 신랑은 하버드대학교 천체 물리학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다. 신부는 초등학교 5학년 다니는 시절 감기로 며칠 지내다가 입원하였으나, 그 감기 바이러스가 척추로 들어가 척수염 일으킨 것을 다른 병으로 오진, 치료시기를 놓쳤고, 큰 병원에 이송하여 가료를 받던 중, 중환자실에서 급속하게 마비가 진행되어 생명이 위험한 상황, 가까스로 생명은 건졌지만, 안타깝게도 휠체어 신세를 면치 못한 마비의 나락으로 떨어진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 때 나는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아내가 그 어린 아이를 날마다 걱정하며 마음 아파하면서 지냈던 일이 눈에 선하다. 이 교수가 미국에 연구차 갔을 때 온 가족이 다 갔고, 나도 퇴직하여 예랑이를 못 보고 지냈는데, 이날 휠체어를 탄 천사 같은 웃음을 만면에 띠고 예쁜 신부로 나타난 것이다.

 

신랑 아버지는 왔으나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여 오지 못하고 결혼예식을 인터넷 중계로 미국에서 심야에 시청하고 있다는 소개도 있었다. 신랑의 작은 아버지가 같이 와서 신랑 부모석에 이색적으로 앉아 있었다. 신부 아버지가 휠체어 탄 신부를 밀며 예식장에 입장하는 광경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날 가정에서 사랑하는 자식의 고통을 삼키면서 저렇게 이끌고 지금까지 살아 왔으리라.

 

환한 웃음의 천사 같은 마음씨를 지닌 예랑이의 휠체어를 신랑이 장인 될 분으로부터 이어 받아 끌고 가다가 단 앞에서 멈추더니, 신부를 두 팔로 안아 들고 한 계단 위에 놓인 의자에 가서 앉힌다. 맞절 때에는 신부는 일어설 수 없으니 신랑만 서서 절을 한다. 두 젊은이의 순수한 사랑이 파도처럼 온 예식장을 감싸고도 남는다. 주례자 삼육대학교 총장이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나라 젊은이들이 신랑과 신부가 되어서 걸어가야 하는 길은 높은 산에 오르는 것 같은 도전, 인내, 아량과 배려...등이 필요하다고 하는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한 다음, 창세기 15장에 나오는 아브라함 언약에서 제물을 쪼갠 이야기로 마치면서 결혼이라는 언약은 목숨 걸고 하는 엄숙한 서약이라고 하고, 이들의 목숨을 건 서약 순서를 진행시켰다.

 

파워포인트 자료 화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배경으로 하고 신랑신부가 서약문을 읽어 가는데 그 내용이 명문인데다가, 진한 아가페적 사랑과 진실이 묻어 있다. 순애보적 사랑이 이런 것이리라. 내 눈에서 눈물이 연이어 뺨으로 흐른다. 신부 차례가 되어 서약문을 다 읽어 갈 때 쯤 에는 웃으면서도 눈물을 닦는다. 내가 젊은 날 결혼하던 때 저렇게 성숙한 인품이었는가를 뒤돌아보기도 하면서 이들은 하늘이 내 놓은 신랑 신부이구나 하는 생각이 밀물처럼 다가왔다. 원치 않게도 혼자서 살아갈 능력이 부족한데, 신랑이 높은 산, 험준한 산을 오르듯이 신부를 케어 하면서 이끌고 오르겠다는 서약 의지를 표명할 때는 신약성경에서 신랑 예수 그리스도께서 신부되는 교회를 보살피는 바로 그 모습을 연상시켜주었다.

 

미국식 결혼순서 다음에 오는 순서를 본 예식에 약간 넣어 신부 동생이 누나에게, 사실은 자형에 주는 것이라고 하며 영어 스피치를 유모러스 하게 시작하여 온 예식장에 몇 차례 웃음바다를 만들더니, 이어서 목이 멘 음성으로 마치면서 눈물을 닦고 자리에 앉는다. 그의 메시지에는 신부 누나의 삶의 모습에서 받은 감동이 절절하게 묻어나 있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그동안 가정에서 아버지, 어머니의 고통과 기도를 수없이 보고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어려운 조건들을 극복해 가면서도 자기로 하여금 곁길로 못가도록 바로 서게 하는 누나의 넉넉한 인품을 자형의 마음에, 더 나가서는 누나가 들어갈 미국인 시부모님의 마음에 무언으로 새기고 있었던 것이다.

 

웨딩마치 땐 신랑이 신부를 안아 휠체어에 다시 앉히고 이어서 끌고 행진한다. 보통 결혼식에서는 어느 정도 식순이 진행되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리를 뜨는데, 이 결혼식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삭막한 마음에 있어야 할 자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거룩한 예식이 그들의 바쁜 발걸음도 붙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부디 신랑과 신부가 서약한 대로 행복한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줄기찬 사랑의 샘이 마르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양가 부모님들이 모두 훌륭한 그리스도인 가정이다. 이 땅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혼례예식을 올리지만 이들의 지고지순한 혼례예식은 더 성스럽고 더 감동적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사랑이다. 사람들은 이 사랑을 위하여 산다.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이 사랑은 죄인들을 위하여 자신의 아들을 십자가에서 내어 주신 하나님의 자기희생적 사랑에 가장 잘 드러났다. 사랑은 먼저 주도권을 잡아 이 희생적 아가페의 사랑을 나누어주는 것에 그 생명이 있다. 참된 사랑은 먼저 주고, 먼저 찾고, 먼저 용서를 구하고, 먼저 고백하는 것이다. 이 사랑에 성공한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 된다. 이 사랑에 실패하면 인생의 실패이다. 사랑보다 못한 것을 포기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가정과 교회와 천국이 한 개념에 속하고 한 원리에 속한 이유가 가정이 바로 사랑의 왕국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 사랑은 육적인 에로스를 뛰어 넘는다. 우정적인 필레아도 넘어선다. 오늘 참석한 하객들은 이들 신랑과 신부로부터 놀랍고도 참된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은 이들 젊은이들이 나눈 아가페 사랑의 선물이다. 두 사람은 이제 아가페 사랑을 계속 나누기 위하여 손을 잡고 산을 오를 것이다. 이들의 사랑이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하여 나타난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사랑(3:16; 5:8)에 참여하는 미래가 되기를 축원한다.

 

Posted by KAHN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