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약함이 축복이라

이효진 건축소장 이야기

 

누가 너 같은 애랑 결혼하겠니?” 초등학교 때 들은 친구의 이 한마디에 그녀는 꽃다운 스무살이 되도록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했다. 생후 18개월이던 197612, 연탄아궁이에서 펄펄 끓던 주전자를 엎어 얼굴과 왼손에 심한 3도 화상을 입었다. 스무살이 되면 성형수술을 해준다는 어머니 말에 희망을 안고 열심히 공부만 했다.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친구들의 놀림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강원도 삼척 도계라는 탄광마을에서 서울 숙명여대에 입학하는 쾌거를 이뤘다그러나 예쁜 여대생 모습을 그린 것도 잠시,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았다. 중학생 때 받은 얼굴 화상 재수술 부작용으로 더 이상의 수술이 불가하다는 것. 미팅, 소개팅, 남자친구로 수다 떠는 친구들의 음성이 비웃음으로 들렸다.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어. 결혼도, 취직도 못 할 거야. 이렇게 살아서 뭐해. 차라리 세상과 이별을 하자.’ 스무살의 그녀는 점점 시들어갔다. 수면제 100알을 털어넣었다

누나! 엄마가 교통사고로트럭에그 자리에서 돌아가셨대.” 서울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고향인 도계까지 가는 5시간 내내 그녀는 펑펑 울었다. 오십 평생 딸 때문에 마음고생만 하던 어머니. “네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며 하염없이 울던 어머니 마음에 대못을 박은 게 하도 미안해 그녀는 자살소동 이후 어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쳤다. 20021012, 그러나 삶의 버팀목이던 어머니를 갑작스레 잃고 몇 날 며칠 그녀는 폐인처럼 지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여섯 살 조카가 그녀에게 두 손을 뻗어 불러준 노래에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하나님을 떠올렸다. 어머니는 딸이 화상을 입은 후부터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딸이 삶의 끈을 놓으려 할 때도 지금껏 잘 참았는데, 조금만 더 참자.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고 위로했다. 그땐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어머니는 딸에게 하나님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손때 묻은 성경책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원망과 불평이 감사로

그녀는 매일 기도했다. 왜 끔찍한 사고가 났는지 알 수 없지만 저를 죽음에서 건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눈을 지켜주셔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말할 수 있는 입을 주셔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도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오른손 대신 왼손을 다친 것, 그래서 일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인테리어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실내건축기사 자격증도 따고, 전문가 과정도 이수했다. 중앙대 건설대학원에 입학해 밤낮 열심히 공부했다. 2000년 한국인테리어디자인대전 대상도 받았다. 그러나 30번이나 넘는 면접에도 불구하고 취업 문턱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얼굴 때문에 취업이 안 된다는 절망 가운데 사로잡혀 늘 불평을 쏟아냈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잃고 다시 하나님을 만나자 그녀의 입술부터 달라졌다. 건강한 두 다리와 눈, 오른손, 입을 주셔서 일할 수 있음에 감사드렸다.

 

직장도 얻었다. 힘들지만 실전 경험을 많이 쌓았다. 그리고 20071예인건축연구소라는 작은 회사를 설립했다. 예인은 예수님이 인도하시는 회사라는 의미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회장님으로 모셨다.

성령님을 만나고 약함을 자랑하다

 

교회에 가면 성령충만하고 기쁨이 넘쳤다. 일도 그만하면 CEO로서는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무엇인가 2% 부족했다. 그 공허함을 달래려 TV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느새 드라마 중독자가 됐다. 예쁜 얼굴을 한 여주인공의 통쾌한 한방을 보면서 까르르웃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은 무엇일까.’

20082월 헤븐리터치미니스트리(HTM)의 월요 말씀치유 집회에 참석했고, 성령님을 만났다. 괴물 같다, 징그럽다고 자신을 놀렸던 초등학교 남학생들, 중학교 때 수술을 잘못 해준 의료진,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트럭기사. 그간 그녀 안에 잠재했던 상처의 기억들이 순식간에 터져나오며 성전이 떠나갈 듯 통곡했다. 속이 후련해지면서 또렷하고 세미한 음성이 들렸다.

 

딸아, 사랑한다. 두려워 말고 놀라지 말거라. 강하고 담대하여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와 함께할 것이다. 너는 내 나라의 홍보대사 미스 헤븐(Miss Heaven)’이 되어 이 땅에 도래한 하나님나라의 증인이 되어라.” 미스코리아보다 더 영광스러운 미스 헤븐이 된 순간, 그녀에게 화상은 더 이상 약함이 아니라 자랑이었다.

미스 헤븐, 미스터 헤븐 만나다

30대 중반, 결혼할 수 없을 거라는 탄식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 아담을 찾아주세요라고 당당하게 기도했다. 구체적으로 이름도 지어 불렀다. ‘하나님나라에서 호랑이보다 더 용맹한 용사라는 뜻의 용호씨’. 그녀는 매일 용호씨에게 연애편지를 썼다.

 

배우자 기도를 하며 편지를 쓴 지 1.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바심이 났다. 결혼 못해 이상해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너희에게 인내가 필요함은 너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한 후에 약속하신 것을 받기 위함이라.”(10:36) 인내하는 것도 순종이다.

 

20092월 한 기독교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그해 10월 간증집을 냈다. 그리고 한달쯤 뒤 미스터 헤븐이란 제목으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책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언제 한번 만나서 성령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마음이 흔들렸고, 답장을 보냈다. 1212일 첫 만남을 가졌다. 평생 남을 위해 기도하는 자매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해온 용호씨. 바로 그 기도의 주인공이 눈앞에 앉아 있었다.

아름다운 가정의 모델을 꿈꾸며

20101030미스 헤븐이효진(40)용호씨김필겸(34)과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은 현재 경기도 안양시 평촌교회 청년부 담당 전도사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인건축연구소 인근 한 카페에서 미시즈 헤븐으로 새롭게 변한 이 대표를 만났다. 눈이 참 예뻤다.

그녀는 그새 딸 예린(4), 아들 주원(3)이가 태어났고 요즘엔 청년 대상 집회도 많이 다닌다. 연애나 결혼, 가정 관련 이메일 상담도 많이 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우리 아들이 힘들게 하면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해주겠다고 약속한 시어머니는 그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밖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도 시어머니가 손주들을 잘 돌봐주기 때문이다. 용호씨 역시 한결같다. 그녀는 생각해보니 하나님나라의 용맹스러운 용사가 주의 종이었다여섯 살 나이차를 못 느끼고 살고 있다고 연방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최근 그녀는 두 번째 책 네 약함이 축복이라’(규장·사진)를 출간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약점, 약함을 다 갖고 있는데 계속 감추려고 하죠. 하나님은 그러나 그 약함을 온전히 내려놓고 치유받기를 원하십니다. 그럼 당당해져요. 더 이상 아픔이 아닙니다. 화상 입은 제 얼굴을 자랑했더니 결혼도 하고, 자녀도 얻었습니다.” 약함을 자랑할 때 우리는 하늘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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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HN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