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 11:1).
히 11:1에 나오는 믿음(pistis, πίστις)의 정의를 밝힌 구절은 유명한 성경절이다. 그러나 그 뜻을 간파하기란 쉽지 않다. 처음 읽었을 때나 그 이후 여러 번 읽을 때 마다, “바라는 것들의 실상(substance)”과 “보지 못한 것들의 증거(evidence)"라는 표현이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 이리숭하기만 하다. 그것들이 매우 추상적으로 들리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무엇인가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실재한다는 증가가 될 수 있는가? 달에 계수나무가 있다고 하는 믿음을 지녔다고 해서 실제로 거기에 계수나무가 있다는 말인가? 이는 말이 안 되는 논리일 뿐이다. 히 11:1이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는가?
본문에 나오는 ‘실상’과 ‘증거’란 말이 지닌 의미가 무엇인가?
“실상”의 헬라어는 ‘hupostasis (ὑπόστασις)’ 명사 ‘휘포스타시스’는 ‘휘포’(아래, sub)와 히스테미(ἵστημι, histemi, 서게 하다, 확립하다)의 합성어로 “~아래 두다, ~아래 서다”에서 유래한 실명사형이다. 라틴어에서 온 substance는 헬라어 hupostasis의 동격 역어다.
고고학적 발굴 문서들을 통해서 이 ‘휘포스타시스’가 무슨 함의를 지녔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집트의 모래 아래에서 발굴된 문서들은 소유권 권리증서, 사업 거래 계약서, 계약서들(covenants) 등 법적 문서들이었다. 이것들은 제1세기에 사용된 사업 세계에서 사용된 문서들이었다. 이들 문서들 표제에 사용된 단어가 ‘hupostasis’이다. 이 고문서 표제가 히 11;1의 ‘실상(휘포스타시스)’라는 어휘의 의미를 밝혀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즉, 히 11:1에 나오는 휘포스타시스는 약정, 계약(언약)인 것이다. 계약은 양당사자의 관계를 기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믿음도 하나님과의 언약(계약)이다. 이런 의미에서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권리증서가 된다. 그리하여 믿음은 거룩한 약속들이 보증된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실체인 영적 등기문서라는 것이다.
O. Michel에 따르면 원래 믿음을 나타내는 헬라어 피스티스((pistis, πίστις) 어군은 사회적 '계약이나 약정을 존중하는 행동'을 나타내었다. 피스티스는 신실성을 보장하는 계약을 맺는 일에 사용되었다 (Hom., II ., 2, 124; 호르키아 피스타). 그 어근의 기원에는 종교적 의미가 담겼다. 즉, 신들은 동맹이나 약정에 대한 보증이 되었다 (Hom., II., 2, 115 ff.). 이런 설명은 ‘휘포스타시스’와 맥을 같이 한다.
“증거”의 헬라어는 elengchos (ἔλεγχος)이다. 이 단어는 성령의 사역에 사용된 동사로부터 온 명사이다. 성령이 오실 때 “그가 와서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시리라(요 16:8). 여기서 ”책망하시리라“는 elegcho-(ἐλέγχω)로 ‘드러내다’ ‘폭로하다’ 뜻이다. 성령께서 진리로 인도하실 것이다. ‘증거’는 conviction(확신, 자각, 신념, 뉘우침)이다. 그렇다면 믿음이란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확신, 신념, 자각이다. 믿음은 하나님이 그의 약속들을 성취하실 것이라는 확신에 기초된 확정된 보증이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본 적이 없지만, 사용하는 전기의 존재가 발전기의 존재를 충분히 증거(확신케)해 준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인 활력은 생명과 능력의 초자연적인 근원이 되는 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 신념이다. 따라서 이 믿음의 신념은 초자연적 존재를 믿는 특성을 지닌 미래지향적인 어휘가 된다.
구약과 신약으로 구성되어 있는 성경 명칭이 시사하듯이 성경은 곧 언약(계약)의 책이다. 언약(베리트)은 ‘속박하다’ 묶다’ ‘걸다’ 등을 의미하는 아카드어 ‘비리투(biritu)’에서 파생되었다. 언약 당사자 간의 ‘결속(clasp, fetter)’이 ‘베리트’의 기본적 의미로 본 것이다. 이 “結束”은 우리말 번역 “言約”이라는 표현에서 “約”이 “묶다” “몸가짐을 단속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과 상통한다. 이 약정의 시각에서 언약은 결속 또는 동맹적 의미를 담고 있다. 히브리대학교의 Weinfeld 교수가 이 결속의 의미로 푼 시각이 널리 알려져 왔다.
이 약정에는 하나님의 축복의 약속이 담겨 있다. 계약 언어 믿음은 이 기속적 관계로 들어가는 관건이 된다. 그 이유는 믿음은 신자에게 등기 권리증서를 지니게 하며 그 미래적 실현을 확신하고 나가는 신뢰가 되기 때문이다.
거룩한 약속들이 담긴 권리증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백성들에게 다음과 같은 권고를 한 후에 히 11;1의 믿음의 정의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잠시 잠깐 후면 오실 이가 오시리니 지체하지 아니하시리라 나의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또한 뒤로 물러가면 내 마음이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 우리는 뒤로 물러가 멸망할 자가 아니요 오직 영혼을 구원함에 이르는 믿음을 가진 자니라“(히 10:35-39).
<참고 자료>
Moulton and Milligan, Vocabulary of the Greek Testament, Eerdmans, 1930, p. 630.
Graham Maxwell with Louis Venden, Conversations About God, ed. Jon Paulien, (Redlands, CA: Pineknoll, 2020), pp. 43-44.
www.hopefaithprayer.com/faith/faith-hebrews-hupostasis/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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