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생명을 찾아 헛된 모험을 한 영웅 길가메시

(Gilgamesh‘s heroic exploits in a vain search for eternal life)

 

길가메시 서사시란?

길가메시 서사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장편 서사시, 호메로스 일리아드 서사시보다 1500년이나 앞선 작품이다. 그 내용 줄거리는 수메르 도시국가 우루크 통치 영웅 왕 반신반인 괴력 소유자인 길가메시에 관한 이야기이다. 초본은 기원전 3000년경의 이야기가 기원전 2천 년 대의 초반에 점토판에 기록되어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셈족 아카드어로 기록된 이 점토판이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 기원전 7세기 경 아수르바니팔(Assurbanipal)의 도서관에서 발견되었다.

서사시는 철저하게 세속적 내용이 담겨 있으나 인간 세계의 한계를 그리고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이룰 수 없는 영원한 삶을 찾아 떠난 모험담 이야기로 차있다. 길가메시는 신과 같은 불사의 존재가 되는 데 실패하는 비운의 영웅이다. 그러나 그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맞서 유한한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는데 그 의미가 있는 것일까?

 

반신반인의 힘의 캐릭터를 지닌 주인공

신들이 주인공 길가메시를 창조할 때 완전한 육체와 강한 힘을, 태양신 샤마시는 아름다움을, 폭풍의 신 아닷은 용기를 그에게 각각 주었다. 그는 반신반인(2/3는 신이고, 1/3은 인간)이어서 어떤 인간도 그를 당할 자가 없었다. 길가메시는 홍수 후 우루크(Uruk) 5대 왕으로 통치하며, 도시 건설을 하고, 사랑과 풍요 및 전쟁의 여신으로 하늘의 여왕 이시타르를 위한 신전을 건축하였다. 이 우룩은 창 10:10에 나오는 니므롯 왕국에 속하는 에렉(Erech)이다. 이 도시는 우르 서북방 80km 쯤 되는 오늘날 와르카(Warka)로 알려져 있다.

 

길가메시는 눈에 드는 여인들을 쾌락의 도구로 삼고 처녀의 초야권 행사로 결혼 첫날밤을 차지하며 사람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키는 등 여러 악정을 부려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한 독재자로 군림하였다. 이것이 인류 문명의 발상 때부터 내려온 통치자의 이미지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기를 슬기롭고, 관대하고, 단호한 도시의 목자로 부각시켜 고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같은 캐릭터를 보여 준다.

 

자연인 엔키두(Enkidu)와 함께 하는 여정

길가메시의 횡포에 대하여 백성들이 탄식하는 호소를 들은 천신 아누가 창조의 여신 아루루(Aruru)에게 길가메시와 똑 같은 짝을 만들어 맞서게 하라고 했다. 그리하여 아루루는 천신 아누의 본성과 형상을 본 따 진흙으로 초인적 힘을 지닌 원시인 엔키두를 만들었다. 그는 동물들 사회에서 풀을 뜯어 먹으며 살았다. 그는 전쟁의 신의 거친 성격을 지녔고 전신이 곱슬곱슬한 털로 덮여 있었다.

 

어느 날 덫을 놓아 사냥하는 사냥꾼이 엔키두를 마주쳤다. 사냥꾼이 자기 아버지에게 힘으로 당할 수 없는 엔키두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우루크에 가서 길가메시에게 이야기하고 창녀를 요청하여 여자의 힘으로 그를 꺾어보라고 한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삼손을 무너지게 한 미인계 같은 방법으로 엔키두를 인간으로 길들이는 일이 전개된다. 매춘부의 유혹에 걸려 도시의 비극 속으로 들어간 엔키두는 인간의 의식주와 음주의 생활 속으로 길들여진다. 그는 곱슬곱슬한 털도 베어 버리고 기름을 발랐다. 그는 길가메시의 독재에서 해방시키고 옛 질서를 바꾸러 왔다고 하며 이를 힘으로 이루겠다고 선포한다. 드디어 문명의 도시 우루크에서 엔키두와 길가메시가 대결하는 일이 전개 된다. 구조주의에서는 이 이야기를 자연과 문명이 만나 대결하다가 조화되어 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한다.

 

우정을 나누며 숲 속을 향하는 여행

강자와 강자의 대결을 통하여 두 강자는 서로의 힘을 알아보았다. 매력을 느낀 그들은 힘의 대결을 중단하고 화해하여 서로 끌어안고 둘도 없는 친구 관계로 발전한다. 이들은 다윗과 요나단 같은 우정을 나눈다. 그리고 엔키두는 어린 동생이 되었다.

길가메시가 꿈을 꾸고 엔키두가 해몽한 후 격려하였다. 그 내용은 이렇다. ‘신들의 아버지가 당신을 왕으로 삼았다.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다. 그러나 영원한 생명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하여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당신에게는 엄청난 힘이 주어져 누구도 당신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힘을 악용하지 말고 올바르게 처신하라.’ 모든 신들의 아버지가 길가메시의 운명을 정해 놓았다는 것이다.

 

엔키두가 눈물을 흘리니 길가메시가 그 이유를 묻는다. 엔키두는 나는 약해 졌다. 옛날에 가졌던 힘을 잃어버렸다. 나는 안일에 빠져 있었다.’ 이 때 길가메시는 생명의 나라로 관심을 돌린다. 그는 엔키두 권고대로 태양신 사마시에게 제물을 바치고 생명의 나라 여행과 무사 귀환을 빈다. 사마시는 생명의 나라가 너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 나라가 가기 위하여 숲으로 들어가 거대 악 훔바바(Humbaba)을 물리칠 것을 서원한다. 사마시가 그의 눈물의 제사를 수용하고 자비를 베풀어 가도록 허락한다. 길가메시는 무기를 준비한다. 엔키두는 그 숲을 본 적이 있다고 하면서 잠도 안 자는 훔바바는 강한 투사로 어떤 동물들도, 어느 누구도 얼씬 못하게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 숲은 불가사의한 힘이 지배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 숲은 어두운 영혼의 숲이다. 길가메시는 힘이 버거운 그를 속임수를 사용하여 엔키두와 함께 무찌른다.

이 숲은 생명의 나라로서 이 세상의 한계 저편에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죽음의 세계가 놓여 있다. 숲의 여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 길가메시 왕에 대한 찬양이 나온다.

 

엔키두의 죽음

길가메시 서사시의 절반 이상이 엔키두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되어 있다. 숲의 여행이 끝나갈 무렵 길가메시가 신의 옷을 입고 왕관을 쓰고 아름다움을 나타내자 이시타르 여신이 그에게 사랑을 느껴 유혹하여 자기 신랑이 되어 당신의 씨앗을 자기에게 남겨 달라고 한다. 그러나 어느 남자를 끝까지 사랑한 적이 있느냐고 하여 여신을 멸시한다.

 

길가메시의 멸시를 받은 이시타르가 분노하여 하늘로 올라가 아버지 아누에게 황소를 보내 달라고 호소하며 그 결과 다가 올 가뭄을 극복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지나친 행동은 불행을 가져 온다. 엔키두는 자비를 구하는 향나무 숲지기 홈바바를 사정없이 처치하므로 이시타르에게 모독을 주었다. 길가메시는 도끼와 칼로 이시타르가 보낸 황소를 죽인다. 사람들이 길가메시를 영웅으로 보는 점과 홈바바가 자비를 애원하였을 때, 그의 마음이 움직인 점, 사마시의 길가메시 변호가 작동하여 엔키두에게 먼저 징벌 판결을 내려 그만을 죽인다.

 

길가메시는 엔키두를 잃고 통곡한다. 그와 완전한 우정을 나누었던 길가메시는 이제 우정 없이 살아가는 견디기 어려운 시련을 맞는다. 용맹스런 그였지만 죽음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절감, 모든 행위는 결국 무의미한 것으로 다가온다.

 

영원한 생명을 찾아서

길가메시는 사자의 가죽을 입고 오랫동안 광야를 방랑하면서 가련한 사냥꾼처럼 되어 달빛 속에 뛰어다니는 사자를 죽인다. 길가메시는 영원한 생명을 얻어 신들의 모임에 참여한 조상 중 슬기로운 왕으로 생명을 본 자인 우트나피시팀(Utnapishtim)을 찾아 먼 여정을 떠난다. 우트나피스팀은 홍수에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로 신들로부터 태양의 정원인 딜문(Dilmun)에 살도록 허락받았다. 그는 신들로부터 영원한 생명을 받는 자이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머나먼 곳이라고 했다. 길가메시는 땅의 한계를 알고 하늘의 지혜를 찾아 나선다. 그것은 전혀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젊음의 산에 도착한다. 길가메시는 자기에게 달려드는 사자들을 죽인 후, 태초의 혼돈이 창조한 반은 사람이고 반은 전갈꼬리가 달린 용으로 된 괴물 문지기 스코르피온(Scorpion)이 지키는 태양의 산에 도착한다. 그리고 찾아 온 이유를 묻는 신들 중 하나에게 엔키두의 죽음 때문에 죽음과 삶을 묻고자 우트나피시팀을 찾아 온 것이라고 대답한다. 스코르피온은 여인의 몸에서 난 자 중 지금까지 이런 요구를 하려고 이 산에 들어 온 자가 없다고 하며 그 너비가 20 리이그가 되는데 그 전체가 어둠뿐이라고 말린다. 그러나 간청하는 길가메시에게 산의 문을 열어 준다.

 

자기에게 이곳이 서쪽 지평선으로 사마시(태양)가 황혼에 사라지며 다시 새벽에 나타나는 경계선이 된다. 이것이 하늘의 담이며 지옥의 문도 된다. 수메르 인들은 태양이 밤에는 어머니 대지의 품속에서 자는 것으로 보았으나, 셈 족은 배를 타고 땅 속을 지나 지하 세계의 파도를 넘어 동쪽 산으로 올라와 아침에 다시 신부 새벽과 함께 여행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길가메시는 태양이 지나는 그대로 따라간다. 여행의 목적지는 대해의 해변 가에 있는 태양의 뜰이다. 이 신들의 뜰은 하늘에 있지 않고 땅 위의 낙원 에덴의 동쪽에 있는 새벽의 땅이다. 그러나 그 곳은 우트나피스팀이 살고 있는 딜문이 아닌 죽음의 바다 한 쪽에 있다.

 

태양은 지치고 절망에 빠진 인간 길가메시를 보고 타이르며 가는 길이 실패한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길가메시는 고집을 피우며 가다가 바닷가에 살고 있는 태양의 딸 시두리라는 포도로 술을 만드는 젊은 여인을 만난다. 그 여인이 살고 있는 섬은 동과 서가 만나는 곳으로 마술의 약초가 자라는 곳이다. 죽음의 얼굴을 보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에 시두리는 신들이 인간을 만들 때 죽음을 붙여 두었다고 하며, 길가메시에게 먹고 마시는 것이, 그리고 쾌락이야 말로 인간이 즐길 수 있는 운명이라고 하며 찾고 있는 불멸의 길은 바람을 잡는 일이라고 가르친다. 길가메시는 시두리에게 죽음의 바다를 건너는 방법을 묻는다. 그러면서 죽음의 파도와 대지를 감싸고 있는 심연 압수(Apsu) 건너려고 하면 우트나피스팀의 뱃사공 우르샤나비(Urshanabi)를 만나라고 한다.

 

길가메시는 우여곡절의 긴 여정 끝에 우트나피스팀을 만난다. 가죽 옷을 입고 여윈 절망을 안고 오는 모습을 본 우트나피스팀이 내방 목적을 묻자 어떻게 하면 생명을 찾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는 길가메시에게 영구불변하는 것은 없다고 하며 신들의 비밀을 밝혀주겠다고 한다.

 

이 시점에 우트나피스팀이 땅 위의 운명에 순응하도록 권하고 홍수 이야기를 해 준다. 그러나 홍수 설화에는 창세기처럼 홍수가 임한 원인에 관한 설명이 안 나온다. 배를 만들고 짐승을 싣는 장면이 창세기 홍수이야기와 비슷하게 나온다. 그리고 신들이 자기를 강들의 입구에서 영원히 살도록 마련해 주었다고 전한다. 우트나피스팀은 길가메시에게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가려면 여섯 날과 일곱 밤을 꼬박 잠지지 않고 견디어 내야 한다고 한다. 길가메시가 허리를 기대고 쉬는 동안 잠의 안개가 그를 덮쳐 버린다. 7일 동안 자고 있는 그를 깨워 바다 밑에 있는 가시 달린 장미 가지를 꺾으라고 하면서 그것이 젊음을 잃은 사람들을 회춘시킬 선물이라고 했다. 길가메시가 찬물이 솟아오르는 곳에 내려가 목욕을 한다. 웅덩이 깊은 곳에 뱀이 살고 있는데 뱀이 꽃향기를 맡고 웅덩이 위로 올라와 꽃을 빼앗고 도망가 버린다.

 

길가메시는 온갖 고난을 당하다가 젊음을 소생시키는 불사약 꽃을 얻지만, 다시 잃어버린 것이다. 즉시 그 불사약 꽃을 즉시 먹지 않는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길가메시 소망은 이 땅에서 영웅으로 영광을 누리며 신들처럼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통치자 왕도 보통 인간처럼 죽는다는 보편적 진리를 수용한다. 바람을 잡는 것 같은 그의 꿈같은 모험 여정은 끝난다. 우루크로 되돌아 온 길가메시는 인간이 발버둥을 치며 얻으려고 한 찬란한 젊음과 영원한 생명은 모두 사라진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지하세계로 향했다. 백성들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울었다. 거창한 장례식도 애가일 뿐이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생명을 잃고 헤매는 인간에게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가 빗나가고 덧붙여진 쪼가리로 보인다. 후에 기록된 창세기 기사를 투사시켜 바로잡혀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권력자도 죽는다. 영웅도, 미인도 죽는다. 보통 사람도 죽는다. 하나님께서는 이 죽음의 한계선상에서 몸부림치는 인간의 마음 안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입력해 두셨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3;11).

그리고 영생을 주시는 분을 보내셨다.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믿는 자는 영생을 가졌나니”(6:47).

<참고서: 이주현 역, 길가메시서사시 (N.K. Sanders, The Epic of Gilgamesh)>

*** 이번 안교 제 11과 일요일에 나오는 "Gilgamesh, who did heroic exploits in a vain search for eternal life"을 확장시킨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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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HN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