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인 힘과 아름다움에서 영적인 힘과 아름다움으로!

노년기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들쭉날쭉 이어서 아리송하기만하다. 중장년층은 60대를 두고 노년으로 생각하고, 60대 연령층에 속한 사람은 70대부터가 노년기라고 주장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1994년 조사에서는 노인의 시작을 60대 초반으로 보는 응답이 많았다. 현재와 같은 추세의 고령사회에 접어든 형국에서는 노인들이 60넘어도 70넘어도 노인 같지도 않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75세 이상은 돼야 노인이라고 강변한다. 아무래도 노년기 설정은 시대나 지역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수용해야 될 것 같다. 인생(人生) 70 고래희(古來稀) 시대에는 노년기가 앞당겨질 것이고 고령사회에서는 뒤로 물러날 것이다. 서구나 미국에 서는 흔히 노년기를 전형적인 은퇴의 나이인 65세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우리나라 노인복지법에서도 65세부터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노년기는 65세에서 시작하여 죽음으로 끝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실질적으로는 경제적 활동과 노동 현장에서 은퇴하고 있는 인구층을 노인이라고 칭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40 대 명퇴론, 사오정(45세정년은퇴), 50대 명퇴론 등 화두가 자주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상 정한 은퇴연령을 노년기의 시작연령으로 보는 견해에는 문제점이 있기 마련이다.

노년기는 심리적으로 커다란 고통의 시기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노년기에는 몸이 나빠진다. 힘이 빠져 전에는 할 수 있었던 것을 더 이상 못하게 된다. 머리칼이 빠지고 주름살이 지고, 피부색이 검어진다. 그 때문에 거울 앞에 서기가 싫어진다. 친구들이 하나둘 죽어가고 자신은 가족에게는 짐이 되는 존재로 전락되어간다. 그래서 급기야는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기 마련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늙고 쇠약해 가도록 내버려 두실까? 노년에 왜 여러 가지 질병의 고통을 당하여야 하는가?

하나님께서는 육체적 힘과 아름다움을 청년기를 계획하셨다. 청춘은 아름답다. 청춘의 봄은 아름답지만 곧여름, 가을, 겨울이 온다. 가을이 익어가듯이 노년기에는 영적인 힘과 아름다움을 더 성숙하도록 디자인하신 것으로 보인다. 육체적인 힘과 아름다움은 일시적인 것으로 마치 엔트로피법칙처럼 감축되어가기 마련이다. 노년기 인간은 육체적인 힘과 아름다움을 점점 잃어가지만, 그에 반비례적으로 영적인 힘과 아름다움을 더 집중하고 더 그리워하게 된다. 그러면서 순례자로서 영원한 본향을 더 사모하며 그 방향으로 삶의 축을 요지부동 항구적으로 설정한다.

그렇다면 노년기에는 자기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과 자기 사명감을 알게 되고, 백발에 대한 자긍심을 고양하며 가정이나 사회에서 덕이 되는 상을 이루어야하는 꿈이 있는 기간이다. 영적인 신앙을 토대로 노년기를 통한 하나님의 목적을 알고 성숙한 신앙생활과 거룩한 삶을 통해 자손들에게 믿음의 본을 남기고 이웃에게 귀감이 되는 신앙인이 되는 일—이 것이야 말로 노년기에 남길 마지막 작품이다. 노추(老醜)의 노년이 아니라 영화(榮華)스러운 노년이다.  이런 노년기가 되도록 필요로 하는 잠재된 지혜를 개발시켜주고, 실천 가능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가족들과 이웃을 만나 아름다운 친교(Fellowship)와 사회봉사(Social Service)의 삶을 살도록 돕는 시스템이 기다려진다. 노년의 영성은 오히려 삶의 굽이굽이를 넘어갈 힘을 주고 평화로움을 맛보게 한다. 믿음과 기도 삶으로 이어지는 영성적 체험은 실제로 건강을 강화하고 면역과 심혈관계에 영향을 주는 정서를 유발하여 치유에까지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는 노년기의 건강의 길이기도 하다. 백발이 성성한 노년기의 다니엘이 차원 높은 세계를 지향하다가 하나님을 만나는 모습은 다니엘의 개인적 삶의 절정이 된다(다니엘서 10장).

Karle Wilson Baker(1878-1960)의 시는 노년기를 위한 감동적인 시로 다가온다.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Let Me Grow Lovely)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게 하소서          Let me grow lovely, growing old--

해야 할 좋은 일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So many fine things do;

레이스와 상아와 황금, 그리고 비단도  Laces, and ivory, and gold,

꼭 새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And silks need not be new;

오래된 나무에 치유력이 있고            And there is healing in old trees,

오래된 거리에 영화가 깃들 듯이        Old streets a glamour hold;

이들처럼 저도 나이 들어 감에 따라    Why may not I, as well as these,

더욱 아름다워 지게 하소서.                Grow lovely, growing 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