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50년을 돌아보면서
창세기에 나오는 결혼이야기는 창조 기사의 한 부분이 된다. 하나님께서 들 짐승과 공중의 새들을 창조하신 후, 갓 창조하신 아담에게 그들의 이름들을 각기 붙여 주도록 명하신다. 아담은 그들이 각각 짝을 이루어 자기 앞에 오면 즉각 이름을 붙이는 과정을 통하여 자기에게는 동반자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 아담의 짝은 어디에 있는가? 아담이 외로움 속에서 자기와 함께할 파트너를 필요로 할 때 하나님께서는 그를 잠들게 마취시키신다. 그리고 장기 기증 외과 수술을 하시어 아담의 갈비대 하나를 적출하시고 접합 상처 하나 없이 봉합하신다.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마취사건이며 최초의 장기 기증 외과 수술이 된다. 하나님은 이 아담의 갈비대로 최초의 여자를 만들어 아담에게 배필로 주고 그들을 한 몸이 되게 하신다.
남자가 여자를 선물로 받기 전 자기의 중요한 갈비대를 기증하여야 한다. 갈비대 장기 기증 사건을 통하여 맺게 하신 섭리는 무엇일까? 진실한 사랑은 자기 희생을 전제하지 않고는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남편은 자기의 동반자가 자기와 평등한 존재라는 사실을 감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평생토록 그를 갈비대처럼 감싸고 보호하여야 한다. 더 나가서는 자기는 흙으로 지음을 받았지만 자기의 동반자는 더 강한 물질로 지음 받았다는 점도 의식하여야 한다. 아담은 이브를 제2의 자기로 보았다. 그리고 자기 아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기고 강함과 연약함이 공존하는 존재라는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이라고 고백한다. 최초의 결혼 사건에는 이런 의미들이 깔려 있을 것으로 비쳐진다.
아담과 이브의 허니문 기간 중에 두 사이에 다정함과 사랑으로 엮어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들이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 그리고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깊게 의식하면서 서로를 돕고 나누는 모습도 연상한다. 하나님이 맺여준 인연은 하나님의 계속적인 지도와 권고를 따르면서 성숙하여간다. 하나님은 첫 부부의 행복하고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위하여 갖추어야 할 기장 중요한 말씀도 하신다. 아담이 명심하여야 할 것은 이브를 사랑하는 것에 있다. 사랑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에 ‘나를 위하여 그렇게 하라’고 각인시키신 것이다. 이브에게는 남편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존경’이라고 하시면서 ‘나를 위하여 그렇게 하라’고 각인시키신다.
성경은 사랑하는 남편과 존경하는 아내의 거룩한 연합의 언약을 ‘한 몸’이 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비밀’스러운 결속(mysterious bond)이다(엡 5:32-33). 이 한(echad) 몸(창 2:24)의 ‘비밀’은 삼위 하나님 사이의 연합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신부되는 교회를 위한 신랑 그리스도의 사랑이 녹아 있는 성육신에 담긴 ‘비밀’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러기에 결혼으로 연합하는 일은 근원적으로 종교적 차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렇게 창세기 첫 결혼을 되돌아 보는 이유는 우리 내외가 지난 1월 결혼 50주년을 맞이 하였기에 우리의 결속관계의 시원(始原)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다시금 살려 가고자 함에 있다. 다니는 몇 교회 파틀락에서 50주년 기념 떡을 내면서 하나님께서 지나간 50년 동안 지도하시고 복주신 우리의 거룩한 언약적 결속에 흔들림 없이 살아오도록 인도하신 은혜에 감사하였다. 우리 서로는 부끄러운 일 없이 신뢰하고 존중하여 왔다.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결혼생활을 인도하신 결과이다.
“마치 청년이 처녀와 결혼함같이 네 아들들이 너를 취하겠고 신랑이 신부를 기뻐함같이 네 하나님이 너를 기뻐하시리라”(사 62:5).
우리 내외는 이 말씀에 나오는 하나님의 기뻐하신는 대상이 되고자 그를 신뢰하며 남은 삶의 여정을 걷기로 다짐한다. 창세기 창조기사에 나오는 결혼 이야기를 구태여 상기한 것은 그 모델 결혼 이야기가 우리의 결혼 생활의 북극성이 되기 때문이다.
<기도: 여태까지 사랑하고 결혼하도록 인도하신 주님, 우리 내외가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하도록 주신 당신의 교훈을 따르게 도와 주시어서 당신께 영광 돌리는 모델 결혼생활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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