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말리엘의 지원을 보면서
가말리엘의 지원을 보면서
가말리엘은 명망 있는 바리새인이며 율법 교사(교법사)이었다. 이름의 뜻은 “나의 상급(보응)은 하나님이시다”를 뜻한다. 가말리엘은 유명한 힐렐의 손자였으며, 대략 AD 25년에서 5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자기 학파를 이끌었다. 그를 두고 예루살렘 대(大) 산헤드린의 네 의장 가운데 하나였다는 주장이 있지만 근거가 거의 없어 보인다. 대제사장이 산헤드린 의장이라는 최고 직임을 AD 70년까지는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며 유대인으로부터 매우 존경받는 사람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는 랍반(Rabban, our master)이라는 칭호를 받은 첫 번째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율법의 영광”이란 칭호로 불렀다. 이 칭호는 그의 나라 사람들이 그에 대하여 갖고 있었던 존경심이 어떠한지를 보여 준다. “바리새인 가말리엘은 교법사로 모든 백성에게 존경을 받는 자라”(행 5:34). 유대 전통에 따르면 그는 이상적인 바리새인으로서 힐렐 학파가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힐렐 학파는 당대 대척관계에 있는 샴마이 학파보다 더 관대하고 덜 율법주의적이었다. 이 선생의 영향력은 이 유명한 제자를 길러낸 데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AD 90년경에 활약했던, “연소자”로 불리는 그의 손자(Gamaliel)와 구별하기 위해 이 가말리엘은 “호칸” 즉 “연장자(the elder)”로 불렸다.
가말리엘 계보를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Hillel-> Rabi Semeon-> Gamaliel
여기 나오는 시므온이 AD 13년에 AD 13년에 산헤드린 의장이었던 점에 비추어 누가복음 2:25 이하에 나오는 “의롭고 경건”한 자 시므온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누가복음 2장에 나오는 시므온이 “주의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 죽지 아니하리라” 고 하여 매우 나이가 많은 점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2:26, 29). 그러나 이 나이 많은 성도를 힐렐의 아들이요 가말리엘의 아버지인 랍비 시므온과 동일한 인물로 보는 시각 역시 아직 내려오고 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장수의 축복을 더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도교 전승은 가말리엘이 그리스도교로 비밀리에 개종하였다고 한다. 그와 그의 아들 및 니고데모는 바울과 베드로에게 침례를 받았다고도 한다 (참고: Cyclopedia of Biblical, Theological, and Ecclesiastical Literlature, 3:728). 그러나 이런 시각은 이후 유대 랍비들이 자주 그의 진술들을 인용하며 존경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복음진리의 밀물 때에 나타난 유대교 엘리트층의 대 이탈 현상을 보면 이 전승이 허구라고 보기만도 어려울 수도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점점 왕성하여 예루살렘에 있는 제자의 수가 더 심히 많아지고 허다한 제사장의 무리도 이 도에 복종하니라”(행 6:7).
바울은 힐렐의 학파 가말리엘 문하에서 공부할 특권을 누렸다(22:3). 바울이 예루살렘에 유학하여 가말리엘 문하에서 구약성경을 꿰뚫는 식견을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당대의 대 학자로부터 배운 그였지만 메시아 관에 있어서는 그리스도의 빛을 받고 기도와 성경연구의 고투 과정을 거친 이후에야 복음의 진리가 확연하여졌다. 미래를 기대하였던 제자가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였다는 소식은 스승 가말리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얼마 전 예루살렘에서 노기충천하여 그리스도교를 말살하러간 제자가 180도로 전향하였다고 하는 소식은 그에게 제자가 던진 문제(시험문제)로도 비쳐졌을 것이다. 본래부터 샤마이파 보다 더 사물을 더 관대하고 유연하며 포괄적으로 보는 힐렐 학풍의 특성을 이어 받은 것도 있었겠지만 촉망 받던 제자의 그리스도교 개종은 그의 영안을 자극하였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대 분위기는 이러하였다.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그리스도께서 그들보다 더 칭송을 받으시는 것을 보았다. 부활을 믿지 않는 사두개인들이 사도들이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심을 선포하는 것을 들었을 때에 그들은 만일 사도들이 부활한 구주를 전파하고, 예수의 이름으로 이적을 행하도록 내버려둔다면 부활이 없다는 그들의 교리는 모든 사람에게 거절당할 것이며, 머지않아 사두개 교파는 멸절되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분노하였다. 한편 바리새인들도 제자들의 가르침이 유대 의식들의 기초를 위태롭게 하고 희생 제사를 무효화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깨닫고 분노하였다.
지금까지 이 새로운 가르침을 억누르고자 한 모든 노력이 실패했으나, 이제 사두개인과 바리새인 양편이 제자들의 사업을 중단시키기로 결심하였다. 왜냐하면 그것이 예수를 죽인 죄가 그들에게 있다고 증거하기 때문이었다. 격분한 제사장들은 베드로와 요한을 잡아 옥에 가두었다”(AA 78).
이런 배경 속에서 성령의 감동을 받은 가말리엘은 산히드린회가 12사도 체포하고 베드로와 요한을 취조, 심문하였을 때 관대하게 다룰 것을 권고하였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
“저희가 듣고 크게 노하여 사도들을 없이하고자 할새 34 바리새인 가말리엘은 교법사로 모든 백성에게 존경을 받는 자라 공회 중에 일어나 명하사 사도들을 잠깐 밖에 나가게 하고 35 말하되 이스라엘 사람들아 너희가 이 사람들에게 대하여 어떻게 하려는 것을 조심하라 36 이전에 드다가 일어나 스스로 자랑하매 사람이 약 사백이나 따르더니 그가 죽임을 당하매 좇던 사람이 다 흩어져 없어졌고 37 그 후 호적할 때에 갈릴리 유다가 일어나 백성을 꾀어 좇게 하다가 그도 망한즉 좇던 사람이 다 흩어졌느니라 38 이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 사람들을 상관 말고 버려두라 이 사상과 소행이 사람에게로서 났으면 무너질 것이요 39 만일 하나님께로서 났으면 너희가 저희를 무너뜨릴 수 없겠고 도리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까 하노라 하니 40 저희가 옳게 여겨 사도들을 불러들여 채찍질하며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을 금하고 놓으니 41 사도들은 그 이름을 위하여 능욕받는 일에 합당한 자로 여기심을 기뻐하면서 공회 앞을 떠나니라”(행 5:33-41).
가말리엘의 권고는 새 빛의 등장을 적대시 하는 당대 기류를 제어하여 아직 날개를 다 펴지 못하고 있는 새 빛의 발전의 길에 디딤돌을 놓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처럼 떠오르고 있는 그리스도의 찬란한 복음진리의 기수가 되어 활동하는 제자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가말리엘의 신앙논리가 돋보인다.
엘렌 화잇은 그의 권고를 두고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그 때 율법 박사 가말리엘이 사도들을 위해 호소했으며, 그의 말을 사람들은 따르게 되었다. 그렇다. 이것은 주님께서 내게 백성들에게 말하라고 주신 말씀 중 일부분이다”(TM 268-269).
(지난 안식일 교과 <제 11과 바울의 배경과 소명>을 연구하면서 혼자서 상상한 것을 여기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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