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진 죽음

-오바마 히로시마 연설을 읽고서-

 

"하늘에서 떨어진 죽음“ - 섬뜩한 표현이다. 아니 차라리 무서운 표현으로 보는 것이 더 좋을 듯싶다. 이 섬뜩한 표현은 하늘이 죽음을 내리는 곳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죽음은 마치 죽음의 책임이 하늘에 있는 것 같은 연상을 하게 한다. 그러나 하늘은 죽음을 떨어뜨리는 곳이 아니다. 책임을 모호하게 하늘로 돌린 이 표현은 인간의 자기기만일 뿐이다.

 

미국이 194586일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에 떨어뜨렸다. 그러나 미국이 공연히 떨어뜨린 것이 아니다. 일본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관이 1941127일 아침, 일본 帝國 해군 비행기들이 미국 하와이 주의 오아후 섬 진주만에 있는 미군 기지에 기습 공격을 감행하였으니 어디까지나 일본이 가해국가이다. 일본의 미 태평양 함대 기습 공격으로 12척의 미 해군 함선이 피해를 입거나 침몰했고, 188대의 비행기가 격추되거나 손상을 입었으며 2,403명의 군인 사상자와 68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 이 기습 공격으로 세계 제2차 대전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날 까지도 전범국가 가해자의 과거 사죄와 청산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한국과 중국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피해자라는 시각을 벗어나, 미일관계를 전쟁의 상처를 딛고 더욱 공고한 동맹관계로 격상시키는 일환으로 히로시마(廣島) 평화공원의 위령비에 헌화하고 연설한 것이다. 과거를 들추는 일은 생채기를 더 키울 뿐이다. 일본 우파 권력이 독일처럼 사죄하기를 바라는 것은 緣木求魚일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 투하 71년 만인 지난 527일에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찾았다. 그는 평화공원의 위령비에 헌화한 뒤 가진 연설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죽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연설문에 나오는 문맥은 이렇다. "71년 전 어느 맑은 아침, 하늘에서 죽음이 떨어져 내렸다(Seventy-one years ago, on a bright cloudless morning, death fell from the sky).“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10만 명 이상의 일본인 남성과 여성, 아이들, 수천 명의 한국인, 십여 명의 미국인 포로들을 애도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구촌이 "히로시마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책임감을 공유해야 한다"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자"고 호소하고 히로시마 비극 재발 차단에 전 세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자료관을 찾았을 때 어린 피폭자 사사키의 사진을 관심 있게 살폈다. 그는 준비해 간 종이학 4개 가운데 2개를 현장에 있던 초등학생과 중학생에 주는 깜짝 이벤트를 행하였다. 접은 학은 일본인에게 친숙한 매화와 벚꽃이 그려진 종이를 사용하였다. 놀란 아베 총리 질문에 "약간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내가 접었다"고 대답했다. 종이 학을 접은 주인공 사사키는 2살 때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뒤 종이학 1천 마리를 접으면 병이 나을 것으로 믿고 종이학을 964마리를 접고서 피폭 후유증으로 숨졌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원폭을 사죄하지 않았고, 일본인 70% 이상도 미국이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도 보였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헌화와 종이 학 이벤트, 그리고 피폭자 사사키 오빠와의 포옹은 사과 못지않게 일본인에게 공감을 얻었다. 승자와 패자 사이에 놓인 마음의 갈등을 메우고 이런 일련의 행동으로 피폭자 나라의 비원을 채운 것이다.

 

그날 연설의 핵심은 과거보다도 미래에의 희망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기 연설을 이 과거보다 미래에의 희망이란 대 전제 아래 논리를 전개시켰다. 그러나 인간도 국가도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새 출발하는 일은 이상주의적 구호에 그치기 쉽다. 인간성이 뒤틀린 상황에서는 현실적 지배력은 비대칭 무기인 핵무기를 지닌 자의 것이 된다. 중국이 이상주의적 구호에 외형적으로는 유엔의 결의에 동조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에서 과연 속으로까지 딴 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우리는 지나간 역사로부터 보아왔다. 더구나 합의를 유린하여 불신을 자초한 정권을 두고 과거보다도 미래에 희망을 찾자고 말해 보았자 오히려 역이용당하지 않으리라는 담보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계에 대한 이상을 내걸었다. 그는 20094월 프라하에서 북핵 폐기연설을 하였다. 그 결과 세상으로부터 칭찬의 태풍이 불었고 그는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하였다. 그가 주동이 되어 유엔에서도 북한에 대한 옥죄기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오늘 이 세 상에는 핵무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그리고 핵 제로로 가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졌지만, 실제로는 지난 7년 여간 핵 위험은 거꾸로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악마는 열려진 판도라의 상자를 움켜잡고 놓으려고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오늘의 세계 실상이다. 원자폭탄을 가졌다는 것은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수단을 가졌다는 것을 뜻한다. 선의지의 지배를 받는 인간성을 담보하지 않는 기술의 진보는 인류의 대재앙이 될 것이다. 이 나라에 설치된 핵무기를 미국으로 돌려보낸 이 나라의 정치가들은 국가의 안보를 감상주의적으로 또는 순진하게 핵 제로라는 구호와 미국 핵우산에 매달아 놓았다. 야당 정치가들은 북 핵의 그림자가 대한민국으로 길게 펼쳐져 오고 있는 것을 눈 감고 모른 채 하고 있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쳐진지 오래된다.

 

오바마는 "우리는 (히로시마) 도시 한가운데 서 있다""폭탄이 떨어졌던 순간을 상상하며 우리는 '침묵의 울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이곳 히로시마에 왔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들(희생자들)의 영혼이 우리에게 말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곳의 모든 영혼들이 편히 쉬게 해야 하며 우리는 다시 죄악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모든 강조가 공허한 구두선으로 들리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특히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하늘에서 떨어질 수 있는 죽음을 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과연 과거보다도 미래에 희망을 걸 수 있을 것인가? 어느 누구도 판도라의 상자를 닫을 자가 없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고르디안 매듭을 자르듯이 자를 수 있는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엘렌 화잇은 종말 시대에 핵 전쟁을 예고하는 듯이 보이는 비관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1904년 계시> “밤의 이상 중에 매우 감명 깊은 장면이 내 앞으로 지나갔다. 나는 거대한 불덩이가 어떤 아름다운 저택들 사이에 떨어져 순식간에 그것들을 태워버리는 것을 보았다. 나는 어떤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는 하나님의 심판이 지상에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고통스런 음성으로 말했다. “그대들은 알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는가? 우리는 전혀 몰랐다.” 사방에서 이 같은 비난의 말을 하는 것을 나는 들었다.”(9증언, 28)

<1906년 계시> “지난 금요일 새벽, 잠에서 깨어나기 직전에 매우 감명 깊은 장면을 계시를 통하여 목격할 수 있었다. 나 자신이 잠에서 깨어난 듯이 보였으나 나는 우리 집에 있지는 않은 듯하였다. 나는 유리창을 통하여 무서운 화재를 보았다. 큰 불덩어리들이 지붕 위에 떨어지고 있었으며 이 불덩어리 속에서 불의 화살들이 사방으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타오르는 불은 끌 수 없었으며 많은 장소들이 소멸되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의 모습은 필설로 묘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한참 후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으며 나 자신이 집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서신 278, 1906; 전도, 29)

<1886년 계시> “불의 공들(balls of fire)"이 소돔과 고모라 파멸 원인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인자의 임할 때도 그렇다 (5BC 1122).

 

이런 예고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성취된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긴박한 한반도 정치군사적 정세이다. 이 땅에서는 평화가 사라져 가고 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UN이 조직되어 평화를 추구하여 왔지만 지구 촌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전쟁의 소용돌이가 일어나 왔다. 한국전쟁, 캄보디아 내전, 인도네시아 게릴라 전,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이라크, 필리핀 적위대, 베트난 전쟁, IS 묻지마 테러 확산 등등. “곧 큰 환난(trouble)이 여러 나라에 일어날 것이며, 이 환난은 예수께서 오실 때까지 그치지 않을 것이다” (RH, Feb. 11, 1904).

 

종말론적 아마겟돈 전쟁의 형국으로 진입할 역사의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하늘에서 떨어질 죽음을 이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시편 91편에 나온 보호 약속은 각 시대 하나님 백성의 피난처가 될 것이어서(3BC 843) 오늘 우리에게도 주신 것이다.

 

지존자의 은밀한 곳에 거하는 자는 전능하신 자의 그늘 아래 거하리로다. 2 내가 여호와를 가리켜 말하기를 저는 나의 피난처요 나의 요새요 나의 의뢰하는 하나님이라 하리니 3 이는 저가 너를 새 사냥꾼의 올무에서와 극한 염병에서 건지실 것임이로다. 4 저가 너를 그 깃으로 덮으시리니 네가 그 날개 아래 피하리로다. 그의 진실함은 방패와 손 방패가 되나니 5 너는 밤에 놀램과 낮에 흐르는 살과 6 흑암 중에 행하는 염병과 백주에 황폐케 하는 파멸을 두려워 아니하리로다. 7 천인이 네 곁에서, 만인이 네 우편에서 엎드러지나 이 재앙이 네게 가까이 못하리로다”(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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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HN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