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을 넘어 회혼을 향하여
금혼을 넘어 회혼을 향하여
우리 부부가 금혼식을 하는 세월 오십 년이 훨씬 넘도록 함께 살아 왔다는 일이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 긴 시간대를 살아오면서 처음 사랑이 지금은 우정이나 인간애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을 감지한다. 미운 마음이나 실망 내지 원망스런 느낌을 피차가 주고받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연민, 정, 보살핌으로 살아간다. 연약해져 가는 아내의 모습이 불쌍하고 때로는 그 팔팔하게 쏘아붙이는 말이 그리울 때도 있다. 노년이 되어가면서 원망 섞인 말을 들어도 무덤덤하다. 이런 감정으로 승화되어가는 체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매일 매 순간 바뀌어 가는 게 사람 마음이어서 어찌 바람 한 점 없는 호수 같을까만, 노년의 마음의 호수 사정은 젊은 날의 마음의 호수와는 다르다. 윤기 흐르던 머리카락이 이젠 자취 없어지고, 짙어가는 은발을 날리면서 지내야 하는 심정은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호수 같다고나 할까. 늙어 간다는 것. 힘도 없어지고 더 나이 들어감에 따라 형제도, 친구도 이웃도 사라져 어느새 교회의 노년 그룹의 선두 그룹에 속하여 있는 나의 노년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입관예배나 장례식에 갔다가 오는 날은 의기가 꺾이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병골인 배우자일지라도 함께하며 내가 보살피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오늘 아침에 서재 밖 발코니에 까치 내외가 열심히 집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알콩달콩 사랑의 보금자리를 열심히 짓고 있는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물끄러미 한 참 동안 쳐다보면서 ‘아아 저것이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이구나’ 하는 상념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조류로부터 발산될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안한 일이지만 이들 부부를 좆아내고, 짓고 있던 나뭇가지들을 헤치는 작업을 했다. 아내에게 까치집 허문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는 마음 아파하면서 나를 원망한다. 한 겨울동안만이라도 참아 줄 수 없었느냐고 항변한다. 나는 아무 대꾸도 못하였다. 나는 아내에게 잔인한 남편으로 비쳐졌다. 까치 내외는 무정한 집 주인의 행패를 얼마나 원망하고 있었을까? 다음번에 만일 까치 부부가 건축공사를 재개한다면 그대로 지켜보며 참아 주리라고, 그러나 까치 커플이 다시 와줄지 모르겠다.
갈매기는 동물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동물로 꼽힌다. 한번 함께 살기로 혼인 언약을 했으면 평생을 같이 사는 정절도 돋보이지만 집안일을 분담하는 것에 있어서도 암수의 차이가 없다. 조류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갈매기부부는 바깥일이던지, 집안일이던지 거의 정확하게 반반씩 나누어 한다. 이들 부부는 서로가 자기들 집에 더 오래 머물러 있고 싶어 한다고 한다. 나는 늦은 나이에 이 갈매기 남편의 헌신을 이제야 제대로 깨닫고 본받기 시작했나부다. 청소전담한지는 20여년이 되어가고 때때로 주방 일을 도왔지만, 요즘은 까치부부처럼 일하고 있다. 까치 커플처럼 건강하게 건축 공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재천 박사의 글에 보면 최근 들어서 갈매기들의 이혼율이 의외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행한 연구에 따르면 갈매기 네 쌍 중에 한 쌍이 일 년을 넘기기가 무섭게 갈라선다. 미국인들 두 쌍 중에 한 쌍이 이혼하는 것에 비교하면 갈매기 이혼율이 훨씬 낮지만, 1년 안에 이혼하는 점에 비추어 갈매기 이혼율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갈매기 이혼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지난 해 새끼 양육이 성공적이었을 경우에는 이듬해 남쪽 따뜻한 나라에서 되돌아 와 상봉하여 알콩달콩 산다고 한다. 자기 배우자를 못 찾았을 때는 목 놓아 부르짖는다. 사랑하는 임을 찾는 그 애절한 통곡소리 같은 울음은 인간의 심금을 울린다. 남쪽에서는 함께 지내지 않고 같은 수놈 끼리, 암놈끼리 무리를 일구어 지내다가 옛 집을 찾아 돌아온 때에야 암수가 서로 짝을 찾는다. 그러나 또 다시 갈매기들이 자기 마음에 맞지 않는 옛 짝을 찾아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리라. ‘누가 더 둥지에 오래 있을 것인지’ 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부의 이혼율이 높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식을 다 키운 후 황혼 이혼율이 높다는 우리 사회의 마음 아픈 모습이 갈매기의 이혼 사유와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갈매기는 일 년 안에 새끼들을 키워 내 보내기 때문에 황혼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겠지만, 인간의 자녀들이 다 자라 결혼하기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늦어질 뿐이다.
그런데 우리 내외는 자녀들을 모두 결혼한 다음 자기들의 둥지를 만들어 살고 있으니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금슬 좋은 갈매기 부부처럼...더구나 아직 쓸모가 있다고 보아 소망의 메신저로 나서는 때도 이어지고 있어 보람차기도 하다. “내가 내 靈을 萬民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 子女들이 將來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異像을 볼 것이며”(욜 2:28). 젊은이들에게 비전을 추구하고 있듯이 노년에 속한 사람도 꿈을 꿀 수 있는 이유는 거룩한 영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춘(Youth)
새뮤얼 울먼(Samuel Ullman)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
그것은 장미빛 뺨도, 빨간 입술도 아니며,
나긋나긋한 무릎도 아니다.
그것은 의지와 상상력이며 활력이 넘치는 감성이다.
그것은 삶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이다.
젊음은 용기가 비겁함을 누르는 것을 뜻하며,
안이함을 떨쳐버리고 모험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
이런 성향은 때로는 80살의 노인에게서 발견되기도 한다.
나이만 먹는다고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버릴 때 우리는 늙는 것이다.
나이는 피부에 주름살을 만들지만
열정이 식어버리면 정신에 주름살을 만든다.
걱정과 두려움과 자기불신은 용기를 꺾고 정신을 죽여 버린다.
60살이든 16살이든, 사람의 가슴속에는 경이로움에 끌리는 마음,
미지의 것에 대한 꺼지지 않는 호기심,
그리고 삶이란 게임에서 기쁨이 있게 마련이다.
당신과 내 가슴의 한 복판에는 무선 전신국이 있다.
그 무선전신국이 인간과 신에게서 오는 아름다움,
희망, 환호, 용기 그리고 힘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동안은 당신은 젊은 것이다.
안테나가 내려지고 당신의 정신이
냉소의 눈과 비관의 얼음으로 덮이면,
당신은 나이가 20살이라도 늙은 것이며,
안테나가 올라가 있고 그 안테나를 통해
낙관의 전파를 수신하면,
당신은 나이가 80살이라도 젊은 채로 죽을 수 있는 것이다.
“YOUTH”
Samuel Ullman
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it is not a matter of rosy cheeks, red lips and supple knees; it is a matter of the will, a quality of the imagination, a vigor of the emotions; it is the freshness of the deep springs of life.
Youth means a temperamental predominance of courage over timidity of the appetite, for adventure over the love of ease. This often exists in a man of sixty more than a boy of twenty. Nobody grows old merely by a number of years. We grow old by deserting our ideals.
Years may wrinkle the skin, but to give up enthusiasm wrinkles the soul. Worry, fear, self-distrust bows the heart and turns the spirit back to dust.
Whether sixty or sixteen, there is in every human being’s heart the lure of wonder, the unfailing child-like appetite of what’s next, and the joy of the game of living. In the center of your heart and my heart there is a wireless station; so long as it receives messages of beauty, hope, cheer, courage and power from men and from the infinite, so long are you young.
When the aerials are down, and your spirit is covered with snows of cynicism and the ice of pessimism, then you are grown old, even at twenty, but as long as your aerials are up, to catch the waves of optimism, there is hope you may die young at eigh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