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여행길

단상 : 2018. 5. 15. 07:01

작은 여행길

여행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또한 여행은 우리의 답답한 가슴을 틔워준다. 인생길은 하나의 긴 여정이기도 하다.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429일 수락산 교우들 20여명이 작년에 입교한 유도관장의 버스를 이용하여 가평-춘천 나들이 길에 나섰다. 가평읍 내에 거주하고 있는 엄보석 목사님이 우리를 온 종일 안내 하도록 예약되어 있다고 한다. 우선 그의 집 출입구에 우리를 환영하는 글이 전시되어 있다. 대단한 환영이다. 그의 서재를 보니 목회자다운 모습이 역력하다. 차를 마시고 관광할 곳 후보지에 관한 선택지를 담은 유인물을 내 보이고 선택하라고 한다. 우리가 점심, 저녁에 무엇을 들기 원하는지 묻고 의견을 조율하여 정한 다음에 출발하다.

먼저 아홉 구비를 돌아서 있다는 九曲瀑布로 향하다. 봉화산이 품고 있는 생명수 아홉 구비를 휘돌아 받아 내리는 구곡의 혼 , , , , , , , , 끝으로 풀어 내 현대적 의미를 부여한 폭포이다. 순 우리말들을 쌍 기억자로 붙여 현대적 말로 덧붙인 표어를 여기 옮긴다. <(Dream 희망은 생명), (Ability 재능은 발견), (Wisdom 지혜는 쌓음), (heart-용기 있는 마음), (Professional 전문가는 숙달), (networking 인맥은 연결고리), (Shape 태도는 됨됨이), (Color 맵시와 솜씨는 곱고 산뜻함), (an End 이름다운 됨됨이는 내려놓음)>의 구곡혼은 감동적이다. 이 아홉 글자로 시작된 안내 표지판이 돋보인다. 약간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끝에 이르면 구곡폭포에 이른다. 50m의 이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은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한다.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오다. 시종 엄 목사의 가평 일대 정보와 불교 관련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서 우리 여행의 흥을 돋구다.

이어서 청평사를 향하다. 춘천시에 속하고 양구를 접경한 소양댐 한 쪽 558m의 산 중턱에 있는 사찰이다. 예전에는 여길 오자면 소양호에서 뱃길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가파른 재이긴 해도 포장도로를 통하여 쉽게 오는 곳이다. 높은 산들이 첩첩 포진하고 있어 계곡이 있고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구곡 폭포의 계곡도 좋았는데 여기도 좋았다.

엄 목사님은 불교 선가대학에서 2년여 동안 경전을 배웠다고 하며 아함경을 소개하는데 그 배움이 깊었다.

우리의 투어 가이드께서는 춘천-가평 일대의 문물, 역사, 문화 등을 소상하게 꿰고 있어서 그 해박한 설명으로 그 어느 여행에서도 얻기 어려운 여행의 진미를 맛보게 해 주셨다. 그래서 우리의 여행길은 길 위의 학교이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나옹, 1320-1376)

이날 우리를 마치 천사처럼 환대하고 안내하면서 우리를 즐겁게 한 엄 목사님이 다섯 차례나 암송한 시가 나옹의 청산은 나를 보고라는 시이다.

나옹의 본 명은 元慧이다. 그는 나옹화상(懶翁和尙)이라고도 하는데 화상이란 높은 스님을 공경해해서 부르는 존대어다. 그는 고려 말 공민왕의 왕사로 호가 나옹이고 법명은 혜근이다. 양주 회암사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원나라에 유학하고 후에 왕사가 된 무학대사와 함께 지냈다고 한다. 그는 거기서 인도 승 지공의 지도를 3년 동안 받고 귀국 禪宗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이 있다. 그는 고려 불교가 성리학의 비판과 도전이라는 위기상황 아래에서 깊고 강한 을 추구하여 쇠퇴해 가는 고려 불교를 쇄신하는 일에 전력투구했다. 그가 춘천 청평사에 머물면서 지었다는 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靑山兮要我以無語)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蒼空兮要我以無垢)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聊無愛而無憎兮)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如水如風而終我)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靑山兮要我以無語)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蒼空兮要我以無垢)   

성냄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聊無怒而無惜兮)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如水如風而終我)  

 

불교적 정신이 잘 배어 있는 시이다. 인간의 오욕칠정을 내려놓고 청산처럼 말없이, 창공처럼 티 없이, 물 같이 그리고 바람 같이 살아가고자 하는 이 시에는 불심이 잘 엉켜 있다.

그러나 전도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이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바 그 一平生에 먹고 마시며 해 아래에서 하는 모든 수고 에서 을 보는 것이 하고 아름다움을 내가 보았나니 그것이 그의 몫이로다

19 또한 어떤 사람에게든지 하나님이 財物富饒를 그에게 주사 히 누리게 하시며 제 몫을 받아 수고함으로 즐거워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膳物이라“(5:18-19).

청산도, 창공도, 물도, 바람도, 재물도 그리고 이를 얻기 위하여 수고하는 것도, 사랑하는 마음도 모두 다 하나님의 선물이다. 천연계의 가르침을 부정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전도자의 인생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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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HN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