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성경에 안 나오는 그리스도 탄생일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에는 12월 25일이 크리스마스, 즉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표시된 날이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가 합쳐진 합성어이다. 미사는 로마가톨릭이 드리는 예배를 의미한다. 그리스도교회에서 일반적으로 성탄절은 부활절과 함께 가장 중요한 축제이자 교회력 절기로 여겨지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12월 25일을 성탄절로 보고 있다. 그 전날 밤인 24일 저녁은 크리스마스이브가 된다. 초기 그리스도교회에서는 성경적 하루 시작 시간인 일몰로 시작하여 다음 날 일몰 전까지로 계수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이브라고 하였다. 로마가톨릭교회가 그리스도의 탄생 시간을 12월 25일 오전 0시로 보고 미사를 드렸던 것은 성서적 확증도 없고, 하루 구조에 관한 창조주일 구조와도 맞지 않는다. 이것은 로마가톨릭교회가 만들어낸 작품에 불과하다.
신약성서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는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한 기록이 나오지만, 그 탄생 날짜에 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 탄생을 축하하는 의식은 여러 세기가 지나서 행해진 것으로 보이며 축제의식은 4세기 후반에야 교회 내에서 일반화되었다.
그리스도의 탄생 날짜는 1월 2일, 3월 21일(춘분), 4월 18일, 5월 20일, 12월 25일 등 다양하게 추론되었다. 로마 교회(서방교회)가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키게 된 것은 221년 Sextus Julius Africanus 주장으로부터 기원된 것으로 보이며, 354년경부터는 더 확산되었으며, 조금 뒤인 379년부터 그리스교회(동방교회)가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방교회(로마 가톨릭, 성공회, 개신교)에서는 매년 12월 25일을, Armenian Apostolic Church는 1월 6일을, 동방정교회에서는 율리우스력의 12월 25일보다 13일 늦은 1월 7일이 크리스마스로 지킨다.
태양신 경배 이교적 기원
크리스마스의 기원은 원래 가톨릭/기독교에서의 예수의 탄생일을 중심으로 출발된 것이 아니다. 이교도 지역인 로마인 및 이집트에서 행해지던 이교도들의 태양숭배 및 그에 관련된 신화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주후 1세기 경 로마인들은 “고향 땅의 태양(Sol Indiges)"를 경배하였다. 2세기 경 동방의 종교인 ”무적의 태양신(Sol Invictus)" 관행이 로마에 침투에 들어 왔다. 동방의 태양신은 솔 인빅투스 미트라(Sol Invictus Mithra)로 알려졌다. 테르툴리아누스(150-230)는 로마의 원형 대 경기장(콜로세오)은 태양신에 바쳐진 것으로 언급하였다. 동 경기장에서는 종교적 행사의 일환으로 경기가 열렸다. 그 신전은 도시의 중앙에 세워졌으며 그 신상은 지붕 꼭대기에 빛을 발하며 서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경기장을 이탈리아의 역사의 시작점이 되는 것으로 보았다. 2세기 초엽 로마 제국 내에서 Sol Invictus 종교가 여러 가지 형태로 범람하였다. 이런 풍토가 그리스도교에 일요일 경배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하드리아누스 황제(117-138)는 자기의 주화에서 자신을 태양과 동일시하였다. 태양신 경배가 로마 대중의 사랑을 받은 역사적 배경에는 제 요인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로마사회가 왕은 곧 태양이라는 정치적 이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황제와 태양신을 일치시켜 황제를 태양신으로 경배하는 일은 이어져 강화되어 갔다. 칼라칼라 황제(211-217)의 공중목욕탕 원주에는 태양신은 우주의 주제로 명각되어 있을 정도이다.
태양의 탄생일은 동지(冬至) 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일 년 중에 해가 가장 짧아지는 동지에 즈음하여, 그 이후부터는 해가 조금씩 길어지기 때문에 어둠이 물러나고 빛이 세력을 얻어 만물이 소생해나가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동지로부터 태양이 소생하기 시작하는 12월 25일을 태양신 기념일로 지킨 것이다. 그리스도교가 이교도 사이에서 행해지고 있던 광명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동지의 축일(winter solstice), 즉, 태양숭배의 관행을 도입하여 그리스도 탄생을 기념한 것이다. 주로 농경사회의 로마에서는 ‘사투르날리아(Saturnalia)’라는 농경신 새턴의 제일(祭日)이 12월 21~31일(혹은 17~24일까지, 또는 1월 1일)까지 계속 성대하게 베풀어졌다. 이 신은 본래 그리스에서 왔다고 전해지는 고대 이탈리아의 신으로서, 크로노스와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다. 역시 그리스에서 와서 더 오래된 야누스의 도움으로 ‘황금시대’의 즐거운 날을 보내다가 문명화하는 일을 계속하였다. 새턴은 특히 사람들에게 대지의 경작법을 가르쳤다.
12월 25일은 동지가 지난 다음으로 태양이 소생하는 날이라고 하여 특히 기념되었다. 또 ‘미트라의 축일’도 이 날이었다. 미트라는 본래 페르시아인의 신으로서 태양과 동일시된 인도·유럽 민족의 옛 신성(神性)이었다. 역사적으로 전개되어 온 태양신 경배가 황제 숭배와 결합되었고, 유럽 각 나라에서 농경신 등 이교 신을 경배한 의식을 흡수하여 크리스마스로 발전되어 왔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지도자들이 이러한 농경력(農耕曆)상의 성대한 제일에 예수 그리스도의 탄신을 결합시켜 크리스마스로 변환시킨 것이다. 즉, 그리스도교회에서는 이런 이교 관행을 재해석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의의 태양(the Sun of Righteousness)이 되므로(말 4:2) 태양신 (Sol Invictus)을 그리스도로 대체시켜 이 날을 경축하는 방향으로 나간 것이다.
크리스마스 문제점
그러나 그리스도교회 모두가 크리스마스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이교적 배경을 예리하게 통찰한 이레네우스, 테르툴리아누스 등 상당수의 교부들은 크리스마스 축제를 비판적으로 보고 교회 축제일에서 삭제하였다. 크리스마스를 반대하는 집단이나 신앙공동체들도 이어져 왔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크리스마스를 반대하여 왔다.
(1) 크리스마스에 스며든 이교적 기원 등 때문에 배척한다. 고대 로마에서 태양신 경배를 한 것이나 농신제(農神祭)에 따르는 가장(假裝)행렬이나 소요가 뒤섞여 행하여진 관행이나 행사는 성서적이지 못하다. 그것은 심지어 카니발의 요소도 내포하고 있었으며, 일종의 혼합 종교적 행사에 불과한 것들이다. 비(非)그리스도교적인 많은 풍습이 현재까지 전승해오고 있다.
(2) 교회가 임의로 중대한 신학적 성서적 제도를 창설할 수 있는 권위를 행사하는 것은 믿음과 행위의 유일한 성경의 권위를 훼손한다. 특히 태양신 경배는 일요일 준수의 바탕이 되어 있는 비성경적 제도를 설명하는 근거로 활용되어 왔다. 4세기 후반에 가서야 일요일 준수의 모교회인 로마교회가 12월 25일을 지키기 시작했다.
(3) 크리스마스 축제 기간이 음주 및 많은 부도덕이 자행되는 기간이 되고 있어서 그리스도의 정신에 어긋난다.
(4) 성경을 통하여 12월 25일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이 아니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예수께서 탄생하신 때 베들레헴 목자들이 밖에서 양 떼들을 지켰다(눅 2:8). 추운 겨울 우기인 12월에 들판에서 양 떼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팔레스타인의 계절 상황에 맞지 않다. 예수께서는 유월절 기간인 봄에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 이 때를 기점으로 그리스도의 공적 봉사 기간 3년 반을 역산하면 12월이 아니다. 이 점은 다니엘 9:24-27에 나오는 70이레 예언기간의 기산점을 마지막 한 주일 중간에 기름부음을 받은 자가 끊어지는 제사와 예물을 폐한다(십자가 사건)는 예언 사건시기에 비추어 역산하여도 마찬가지이다. 호적령에 따라 베들레헴에 갔지만 사관에 있을 곳이 없었다(눅 2:7). 말구유에서 탄생하신 때가 한 겨울이라고 상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호적하는 때가 겨울이 깊어가는 중반기에 있었다는 어떤 기록도 찾을 수 없다. 인파가 몰린 초막절 기간이라면 순례자들 때문에 사관에 방이 없었을 것이지만 엉성한 초막 아래에서 지낼 수 있는 계절이라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자 칼뱅, 녹스(Knox), 영국 및 미국 청교도들 및 많은 장로교회가 크리스마스 경축을 반대하였다. 그러나 대륙의 종교개혁자들의 영향을 받은 루터교도들은 성육신 교리 강조 차원에서 크리스마스 준수를 강조하여 왔다. 20세기 중반에는 크리스마스가 전 세계적으로 준수되는 흐름을 타고 있다.
그리스도 탄생의 의미
예수께서 탄생하신 정확한 날짜를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탄신일이 구원사에서 본질적인 것으로 중요시하였다고 하면 선지자들이나 사도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정보를 주셨을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모세의 시체 매장지를 감추시어 우상숭배가 되지 않도록 하신 것처럼 당신의 탄생일을 감추시므로 백성들의 우상숭배나 죄악을 막고자 하셨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점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태어나셨다는 사실에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이 스스로를 신처럼 높이려는 마음을 라틴어로 ‘슈페르비아’, 곧 ‘자만’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의 ‘자연과 은총에 관하여’에서 “모든 죄의 시작은 자만이다. 그리고 자만의 시작은 사람이 신에게서 돌아서는 것이다”라고 자만이 모든 죄의 기원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는 겉모습이 주목거리가 되지 않도록 비천한 중에 탄생하셨다. 마귀의 특성은 높아지고자 한 교만에 있다(사 14:13-14).
‘자만’이 원인이면 ‘겸손’이 해법이다. 사단과는 대조적으로 예수께서는 겸손한 종의 모습으로 이 땅에 탄생하셨고(빌 2:6-7) 종으로 낮아지는 일을 통하여 우리의 구원을 이루셨다. 그는 자기희생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돕고자 오셨다. “그리스도께서는 자기를 낮추시고 인성을 취하심으로써 사단의 품성과 정반대되는 품성을 드러내셨다.”(DA 25).
그리스도인들은 그 분의 죽으심을 기념하라는 분부를 받았다(고전 11:28). 그리스도를 태양신과 동일시한 것에서 나온 크리스마스와 이에 수반되어 내려온 빗나간 여러 관행들을 따를 필요가 없다.
크리스마스가 이미 문화화 되어 있는 서구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동 축제의 빗나간 풍습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조심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날에 어려 운 이웃이나 오랜 친구들에게 사랑의 선물을 보내는 일은 아름다운 미덕이 될 것이다. 이 날에 어린이들의 신앙과 품성을 세우는 책들을 선물로 주는 것도 권장할만한 일이다. 크리스마스 계절에 무엇보다도 그리스도를 높이는 일이 중심축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서구사회에서는 가정에서 자녀들의 꿈을 키우고 기쁨을 주는 크리스마스 나무와 그에 건실한 장식을 하는 것은 가정을 밝게 해 줄 것이다(참조, AH 477-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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