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응답

사랑의 응답

 

하나님은 사랑(agape)이시다. 십계명은 하나님의 품성의 사본이다. 따라서 십계명의 에센스는 사랑이다(마 22:37-40). 사랑의 하나님은 빗나간 인간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응답을 기다리고 계신다. 응답하는 일은 본능이 아니고 의도적으로 해 나갈 때 축적이 되어 가는 덕목이다.

 

믿음의 커뮤니티는 또한 사랑과 소망의 커뮤니티로 자라가야 한다. 거기에는 각 사람의 응답이라는 책임이 요청된다. 책임을 뜻하는 영어 단어 Responsibility가 response(응답)와 ability(능력)의 결합으로 이뤄진 합성어로 되어 있다. 절묘하기까지 한 이 합성은 인간이 속하여 살아가는 커뮤니티 구성원으로서 최소한도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는 오랜 경험으로부터 수정처럼 맺힌 관습법 차원의 규약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응답은 늘 올바른 형태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빗나간 응답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빗나간 응답은 자기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데 그 진면목이 있다. 즉, 상대방에게나 다른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응답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책임 회피용 응답의 거미줄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빗나간 응답은 첫 인간이 낙원에서 절대자의 질문에 대하여 비극적인 응답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르시되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알렸느냐 내가 네게 먹지 말라 命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 12 아담이 이르되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女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13 여호와 하나님이 女子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女子가 이르되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1-13).

 

어느 집 이야기 한토막이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겨우 하는 어린 딸아이가 목욕탕에서 치약튜브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튜브 안은 텅 비어있고 바닥 매트, 거울, 벽, 작은 선반 할 것 없이 온 목욕탕이 치약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말귀를 알아듣는 아이에게 “네가 치약을 짜서 발랐느냐?” 고 물었다. “아니요.” 아이는 이렇게 응답했다. 그래서 나는 “너 지금 네 손에 치약튜브를 들고 있잖아? 네가 안 했다면 누가 했을까?”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건 저절로 된 것인데요.” 라고 응답 하였다.

 

죄는 자기 행동의 책임을 받아들이지 않고 완강하게 거절하는 반응을 창출한다. 이런 빗나간 응답은 이 사회를 소송사태 홍수를 이루는 시대로 전락시켰다. 우리는 누군가의 잘못으로 자기가 고통 받고 있다는 확신이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기를 보전하기 위하여 누군가를 희생 제물로 삼고자 하는 비틀어진 자기 사랑이 넘쳐 나는 세태이다. 이는 교만의 소치에 불과하다.

 

창세기 3장에는 하나님께서 반역을 한 아담과 하와를 살려 내고자 조사심판을 하신 기사를 싣고 있다. 이 기사는 이제 갓 죄를 범한 아담과 하와의 죄된 본성을 여지없이 들추어내고 있다. 그들은 선악과나무로부터 따먹은 것이 자기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담은 하나님의 심문에 “아내가 주면서 먹으라고 했으니 아내가 잘못한 것” 식의 반응을 보였다. 그는 더 나아가 그의 응답에는 “아내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함축시키고 있다. 하와도 마찬가지 로 “뱀이 나를 속여 내가 먹었나이다”라고 빗나간 응답을 했다.

 

죄된 인간의 마음에는 책임을 둔화, 침식시키는 놀라운 능력까지 지녔다. 인간은 자기 책임을 다른 사람이나 존재에게 돌려 비난하며 자기를 정당화시키는 놀라운 기법을 계발해 왔다. 자기 책임을 타에 돌리는 일은 오늘날 정략가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돌아설 줄 아는 정치가들이 신뢰를 받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런 인간의 빗나간 반응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하셨다. “마지막 아담” (고전 15;45) 되시는 예수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여주었는가? 그 분은 비록 죄가 없으시고 “ 흠도 없고 점도 없으신 어린양” (벧전 1:19)이셨지만, “우리를 대신하여 죄”가 되셨다 (고후 5:21). 그는 아버지와 함께 나누시고 계셨던 자기의 존엄과 위엄을 비우시고 겸손히 죄인의 모습으로 오셨다. 그는 잃어버림을 당한 죄인들을 구출하시고자 자원해서 이를 택하신 것이다. 이 일을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은 죄인들의 교만과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시고 있다. 이렇게 하므로 말미암아 자기희생적이고 자기봉사적인 하나님의 통치와 사단이 내걸고 있는 하나님 폭군론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 되었다.

 

십자가는 인간의 교만에 대한 해독제가 된다. 이는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하늘의 처방이 된다. 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선물을 앞에 두고 우리는 겸손히 자신들이 죄인임을 고백하며 구주를 받아들이는 사랑의 응답을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