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polis 미 해군사관학교 그리고 맥케인 무덤을 둘러보고
Anapolis 미 해군사관학교 그리고 맥케인 무덤을 둘러보고
매리 랜드 주 청사가 소재한 Anapolis에는 미 해군사관학교가 있다. 애나폴리스는 영국여왕 앤의 도시라는 말에서 부쳐진 이름이다. 체사픽 만 상부에 있는 도시로 1600년대에 건설한 유서 깊은 옛 벽돌 건물들이 즐비한 고풍스런 도시다. 해군 사관학교에 들어가서 역사적인 곳들을 둘러보았다. 교정이 넓어 많이 볼 수 없고 더구나 늦게 도착해서 박물관을 볼 수도 없었다. 해사 교정에 세워진 용장 동상들에 기록된 내용들에는 불패 정신이 깃들어 있다. 석조 건물들이 즐비하다. 교회당 안에 들어가 보다. 채색 그림 창문마다 졸업생들의 기념으로 기록되어 있다. 요나 1;1이 기록된 창문을 헌정한 졸업반도 들어있다. 빈 교회당에서 파이프 올갠 연주를 상당시간 감상하기도 했다.
작년 8월에 뇌종양으로 잠든 공화당 소속 6선 애리조나 상원의원 McCain 무덤을 찾았다. 그의 무덤 앞에는 그가 활동했던 체사픽 만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하원의원 재선에 이은 상원의원 6선을 지낸 그에게 30여년의 의정 생활에 진력하던 중 작년 7월 말기 판정받고 자택서 투병 생활을 하다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잠든 분이다. 그는 공화당 '보수 매버릭'으로 알려져 있다. 메버릭이란 말은 사무엘 매버릭 (Samuel Maverick)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유래되었다. 매버릭은 자기 소유의 가축들에 낙인을 찍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의 다른 목장주들이 낙인이 안 찍힌 소들을 '매버릭'이라 불렀다. 그러던 것이 더 일반화되어, 아예 낙인이 찍히지 않은 소들을 모두 매버릭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이후 이 단어는 독립성과 개성이 강한 사람을 일컫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이 단어가 흔히 '이단아'로 자주 해석되지만, 종교적인 이단의 뜻이 아닌 '전통이나 권위에 매어 있지 않고 혁신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즉, 일반적/정통적/인습적 규범에 따르기보다는 스스로의 독립적인 방식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맥케인은 2000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대권도전에 실패한 전력을 갖고 있다. 그는 조부와 부친 모두 해군 제독을 지낸 군인 집안 출신이다. 1958년 美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67년 베트남 전 당시 해군 조종사로 참전한 매케인은 작전 중 전투기가 격추당해 월맹군의 포로가 되어 5년 반 동안 포로수용소에서 생활했다. 그는 고문으로 어깨가 부러지고 2년 간 독방에 수감되는 수모를 겪는 일로 장애인이 되었다. 베트남 전 때 5년간 포로생활을 한 일로 그의 몸에 새겨진 장애인 흔적과 정치가로서 공명정대한 태도는 그를 '전쟁영웅'으로 보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초당파적 존경과 인기를 받게 만들었다.
매케인의 부친이 美 태평양함대 제독이라는 것을 안 월맹군은 매케인의 조기석방을 제안했으나, 매케인은 ‘전쟁포로는 생포된 순서에 의해 석방되어야 한다’는 행동강령을 들며 이를 거부했다. 부친인 존 S. 매케인 주니어 역시 아들을 풀어주겠다는 월맹군의 제안을 거절한 채 매케인이 잡혀있던 하노이 폭격을 명령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매케인은 미국인들의 환대를 받으며 귀환했고, 포로생활을 담은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작년 그의 장례 의식을 읽으며 또는 생중계 시청을 했던 감동의 현장을 보는 일은 필자에게 축복이었으며 특권이었다. 매케인의 유해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국회의사당에 안치돼 일반의 조문을 받았다. 그 후 노스 피닉스에서 장례식이 열린 후 워싱턴DC로 옮겨져 국회의사당 내 원형홀인 로툰다홀에 안치되었다. 미국 공직자 및 중 로툰다홀에 안치되는 영광을 누린 사람은 매케인을 포함해 31명뿐이라고 한다. 이밖에 '명예 안치'된 사람은 빌리 그레이엄 목사 등 4명이다. 작년 9월 1일에는 교파와 무관한 국립대성당에서 장례식이 열렸고, 2일에는 매케인이 청춘을 보낸 애나폴리스 모교 해사 묘지에서 안장이 되었다.
그는 1958년 졸업한 후 60년 만에 모교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는 해사 출신인 자기 친구와 나란히 체사픽 만을 바라보며 누워 있다. 그의 유언에 따라 해군사관생도 시절 방을 나눠 쓰던 평생 '절친'인 해군 제독 척 라슨의 묘지 옆에 안장된 것이다. 라슨 제독이 2014년 사망한 뒤로 고인은 '자신의 출발점에서 가까운' 친구의 곁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밝혔었다. 교정에서 맺어 무덤에 이르기까지 연결되는 그들의 아름다운 우정이 감동적이다. 그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힐 수도 있었으나, 그것을 거부하고 일반 병사들의 무덤들이 있는 옛 교정 근처 묘지를 자기 돈으로 구입하여 친구 곁에 묻힌 것이다. 모교의 품에 안긴 그가 부럽다. 그의 무덤을 바라보면서 문 듯 월남 파병 사령관 채명신 장군이 사병들 무덤 옆에 안장을 원했던 그의 고매한 품격이 생각났다.
매케인 상원의원의 운구행렬은 부인인 신디 매케인과 자녀들이 뒤따르는 가운데 추모객 사이를 지나 장지로 향했다. 이 행렬에는 해군사관생도 시절 친구인 프랭크 감보야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포함됐다. 베트남 전쟁 당시 매케인 상원의원과 함께 포로 생활을 했던 존 퍼 등 전우 2명도 관을 맸다.
'전쟁영웅'으로 초당파적 존경과 인기를 받았던 정치인인 그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에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두 명의 전직 대통령들로 하여금 자신을 칭찬하게 만든 정치인이기도 했다. 매케인은 오바마에게 장례식 추도사를 부탁해놓고 죽었다고 한다. 오바마의 추도사는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하였다. "국민들 앞에서 조지와 내가 그에 대하여 근사한 말을 하도록 만들었으니 매케인은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매케인의 비판이 우리 두 사람을 더 나은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이 추도사는 최고급의 조크였다. 부시도, 청중도 웃었다. 오바마와 매케인의 딸(맥한 매케인)은 트럼프의 교양 없는 정치행태를 겨냥한 비판을 하기도 하였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추모사에는 매케인의 유족을 위로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유족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으니 엄청난 슬픔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슬픔의 강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옅어질 것입니다. 슬픔이 있었던 곳에는 대신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기 전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될 것입니다.’ 미국 언론은 매케인 추모사 중에서 이 문장을 ‘최고의 구절’로 꼽았다.
매케인 장례식은 전직 대통령에 준하는 거의 국장급이었다. CNN, 폭스뿐 아니라 영국의 BBC도 생중계를 하였다. 친구, 라이벌, 딸 등의 弔辭를 들으니 매케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를 표현한 단어들은, 용기, 솔직, 정직, 명예, 조국, 애국심, 水兵, 조종사, 戰士, 포로, 하원의원, 상원의원, 대통령 후보 등이었다. 전직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들이 좁은 의자에 어깨를 붙이고 앉아 가끔 웃기도 하면서 故人을 추모하는 모습과 몸이 아픈 전직 대통령을 가두어놓고 재판하는 한국의 협량한 정치판 현실이 너무 대조적이란 느낌이 든다. 이날 찬송가와 군가, 민요 등 노래도 매케인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그가 직접 선곡을 하였다고 한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배틀 힘 오브 리퍼브릭, 아메리카 더 뷰티플, 그리고 유명한 오페라 가수 르네 플레밍이 부른 대니 보이 등이다. 군인출신이어서 그런지 그의 장례식은 군사문화로 꾸며졌다. 運柩도, 합창도 군인들이 했다. 조용하면서도 절도 있는 장례식에서 미국의 國歌에 나오는 '자유를 지키는 勇者'가 이 나라 사람들의 美學임을 절감케 하였다는 논평도 나왔다.
매케인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매우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에 대해 “일종의 매수나 달래기다. 한국의 국민들이 별로 안 좋게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한바 있다. 2006년 강행됐던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도 “식량지원자금이 북한 무기개발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며 클린턴 정권이 주도한 ‘제네바 합의’를 비판했다.
2007년 2월 시애틀 연설에서는 김정일 정권을 ‘아시아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의 ‘2·13합의’ 불이행을 예견하기도 했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매케인은 김정일 정권을 ‘야만적이며 억압적인 체제’로 지적했다. “한국이 계속 북한에 투자하고 돈을 주며 관광을 장려하는 것은, 나에겐 북한의 인권상황에 충분히 유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며,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등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미망인 신디 부인은 트위터에 "마음이 아프다. 사랑하는 이 놀라운 남성과 38년간 모험을 하며 살았던 것은 행운이었다"면서 "그는 그가 가장 좋아했던 곳에서, 그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둘러싸여 그 자신의 방식대로 그가 살았던 길을 지나갔다"고 말했다.그는 미국의 가치를 못 지킨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을 막을 만큼 트럼프와 맞서 있었다. 대신 그는 부통령 페인을 참석케 하였다. 그는 존경 받는 정치인이다.
다른 무덤 표지 돌판 위와 앞뒤에 놓여진 동전들, 꽃, 모자, 작은 돌 등 여러 가지가 빼곡하게 찬 모습은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다소 지저분하게 보여 고인이 원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미국 여행에서 앤텔롭캐년, 노아 방주, 그리고 이 곳 워싱턴DC에서의 성경박물관과 애나폴리스의 해사 교정 소재 맥케인 상원의원의 무덤 순례는 모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마지막을 한 인간의 고매한 인품을 보게 된 것은 작년 인터넷 생중계로 보았던 그의 장례 행사를 다시 회상케 하면서 매우 깊은 감명을 안겨 주었다. 82세 정치인의 마지막 아름다운 석양을 보게 된 것은 내 자신을 둘러보게 했다. 젊은 날 한 때 문제의 인물이었고, 이혼경력까지 보유한 그가 나머지 삶을 올 곧게 살아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케 한 인생 역정은 빛나 보인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선는 패배했지만 조야의 존경을 받고 백성들의 마음을 얻은 인생의 승리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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