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강력 접착제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바자(Baja) 해변으로부터 북쪽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 해안 지대까지 서식하는 갯지렁이가 있다. 이 갯지렁이는 바닷물 속에서 머리에서 나온 끈끈한 물질을 이용해 모래나 잘게 부서진 조개껍데기를 모아 자기 집을 짓고 산다. 내가 어릴 때 놀았던 고향 강가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을 하는 미물이 있었다. 작은 갯지렁이가 지은 원통형의 집은 견고하다. 갯지렁이가 모래로 원통형 집이 성을 닮았다고 해서인지 영어명이 '모래성 벌레(sandcastle worm)'로도 불려진다. 혹은 벌이 꿀을 저장하는 밀방(密房)처럼 짓는다는 의미에서 밀방 벌레(honeycomb worms)라고도 한다.
캘리포니아 해안에 끊임없이 파도가 소용돌이쳐대는 수중에서 마치 벽돌공이 벽돌을 차근차근 쌓아가듯 모래 한 톨씩 또는 조개껍질부스러기 하나씩 쌓아가는 공사가 여기저기에 이루어져 마침내 작은 도시가 건설되었다고 할까. 벌레가 깃털 같은 것으로 수중 건축자제 이것저것을 하나씩 축조하면서 끈끈한 본드로 시멘트질까지 하여 원통형 집을 짓는 일은 참 신비한 일이다. 이 작은 미물이 격랑이 쉴 사이 없이 일어나는 소용돌이 수중에서 강력 접착제를 만들어 내어 건축자제들을 튼튼하게 결속시켜 나가는 지혜를 누가 주었을까! 이 벌레가 모래 한 알갱이를 붙잡아 거기에 접착제를 살살 묻혀서 약 25초 동안 떨어지지 않도록 밀착시켜 붙잡고 있으면 벌레가 분비한 끈끈한 특수 액이 30초 내에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이 갯지렁이가 집을 지을 때 쓰는 끈끈한 수중 접착물질을 모방해 부러진 뼈들을 물기가 있는 상태 가운데서도 서로 붙일 수 있는 의료용 초강력 접착제를 개발해 가고 있다.
이 접착의 비밀을 이데일리 2009년 9월 3일 자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미국 유타대의 러셀 스튜어트(Stewart) 교수 연구진은 갯지렁이가 모래알을 붙일 때 분비하는 물질을 분석했다. 분비물에는 여러 가지 단백질들이 섞여 있었는데, 종류에 따라 (-)전기와 (+)전기를 띠고 있었다. 결국 접착력의 비밀은 강력한 전기적 결합이었던 것이다.결합의 신호탄은 산성도(pH)의 변화였다. 처음 분비될 때는 단백질의 pH가 약한 산성인 5 정도로 액체 상태였다. 하지만 pH가 8.2 정도인 알칼리성의 바닷물을 만나면 30초 이내에 굳어버린다는 것이다. 덕분에 갯지렁이는 축축한 모래와 조개껍데기 조각을 가지고도 견고한 집을 지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접착제는 갯지렁이 분비물을 모방한 것이어서 인체에 해가 없다. 뼈가 굳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접착력은 갯지렁이 분비물보다 2배 이상이나 된다. 연구진은 자연 상태와 달리 pH뿐만 아니라, 온도 변화로 접착제가 굳어지게 했다. 즉 상온에서는 액체 상태로 있다가 몸 안에 들어가면 체온으로 굳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최근 모래성벌레가 만드는 생체접착제를 과학뉴스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또 하나의 의료 발전의 큰 계기를 만들었다. 이 미물의 지혜가 교통사고나 전쟁터에서 부러진 뼈들을 치료하는 길의 단초를 마련해 준 것이다. 전통적인 치료법은 부서진 뼈에 부목을 곁 대어 고정시키거나, 줄, 나사, 못 등을 이용하여 고정시키는 다소 원시적 방법이 고작이었는데 이 얼마나 놀라운 발전인가! 여러 종류의 이런 강력 접착제들이 독성이나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개발되어갈 길을 열었다고 하니 금가거나 부서진 뼈를 손쉽고 신속하게 회복시키는 일이 눈앞에 다가 온 듯하다. 그 기대에 부응하여 대중화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 강력 접착제는 강력한 전기적 결합 원리를 이용하여 뼈의 미세한 균열도 해결할 수 있다 하니 환자들에게 얼마나 좋은 소식인가.
성경은 또 다른 초강력 접착제를 소개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를 최초의 남편과 아내로 묶어 주고자 이들 관계를 하나로 묶는 일을 하셨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 2:24).
“합하여”는 ‘dabaq’로 ‘달라붙다(adhere),’ ‘굳게 결합하다(밀착)(cling)’의 뜻이다. 다바크는 애정과 충성으로 어떤 사람에게 굳게 결합되거나 밀착되어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최초의 남편과 아내는 하늘의 이 강력 접착제로 굳게 결합하였다. 가정은 외부에서 어떤 파도와 격랑이 몰아 쳐 와도 하늘의 사랑의 강력 접착제로 결합되어 영원한 본향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각각 다른 두 인격체가 만나 연합하는 것은 두 몸이 아가페 사랑으로 하나 되는 ‘합일성’에 그 비결이 있다. 이러한 연합과 합일의 원리는 장차 신랑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신부되는 그의 교회와의 완전한 ‘연합’을 예표한다(엡 5:31, 32). 이 합일성을 이루려면 각 개인이 온 마음으로 여호와와 하나로 밀착되어야 한다.
“너희에게 명령한 명령과 율법을 반드시 행하여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고 그의 모든 길로 행하며 그의 계명을 지켜 그에게 친근히 하고 너희의 마음을 다하며 성품을 다하여 그를 섬길지니라”(수 22:5).
위 본문은 하나님의 사랑의 품성의 복사본인 계명과 율법을 지키는 일이야 말로 하나님과의 합일을 위한 하늘의 秘方이란 점을 밝히고 있다. 거룩한 하나님의 율법은 인간을 하나님에게 밀착시키는 하늘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위 본문에서 “친근히 하고(dabaq)”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시 119:31에서는 “매달렸사오니(밀접하였사오니)(dabaq)”로 번역되어 있다. 그것은 확고부동함 즉 “꼭 달라붙다”라는 의미가 있다. 히브리어 ‘다바크’는’착 달라붙다’ ‘굳게 매달리다’, ‘바싹 뒤따르다’란 뜻이다. 이 단어는 하나님과 전인격적 연합이나 친밀한 교제와 연결 관계에 그 핵심이 담겨 있다. 한편 다른 곳에서는 이 말이 ‘부종(附從)하다’로 나와 있다(신11, 22, 13:4). 미물 갯지렁이도 이런 강력 접착을 하는데 하물며 인간이 어찌 그 보다 못할 수 있단 말인가?
위 사진 : 전자현미경 촬영한 갯지렁이가 분비한 접착 단백질이 유리구슬을 달라붙게 한 모습.
아래 사진: 갯지렁이가 접착 단백질을 이용해 모래알이나 조개껍데기 조각을 이어 붙여 견고한 집을 지은 모습./미 유타대 제공
실험실 내에 집을 지어 살고 있는 갯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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