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I. 일하시는 부모님 그리고 일하시는 하나님

부모가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은 자녀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그 모든 수고와 노동은 자녀들의 현재와 미래를 열어주려는 의지와 계획이 담겨 있다. 부모는 자녀를 가르치고, 결혼시키고, 살 집도 마련해 주고...부모의 사랑은 가이 없다. 이것은 내가 자라면서 부모님의 노고를 보고 느낀 것으로 뇌리에 입력되어 있는 한 단면이다.

우리의 아버지가 되신 하나님은 어떨까?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순수 형상인 신은 자기 스스로 일할 수 없다. 신은 부동(不動)의 원동자(原動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은 일하지도 않고, 수고와 고통을 알지도 못하는 존재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간은 세속에 묶여 있으며 일하며 수고하고 고통도 받은 존재이다. 매우 그럴듯한 대비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경에서 하나님은 일하고 활동하며 고통도 당하시는 분으로 나온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분이시다. 천지창조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수고가 뒷받침이 되어 있는 결실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생활환경을 세심하고 정교한 계획과 법칙 아래 마련하셨다. 천지와 그 가운데 있는 만물 안에 담긴 법칙들을 살펴본다면 그 탁월한 창조에 서린 사랑의 그물망 솜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에덴동산에 물줄기들을 내어 물을 끌어드리는 수로공사도 하셨다. 동산에 아름다운 과일나무를 두어 사람이 먹고 건강하게 살도록도 하셨다. 동물들을 창조하여 더욱 활기가 넘치는 동산으로 만드셨다. 하나님은 마침내 친수로 흙을 빚어 인간을 창조하셨다. 그리고 외롭지 않도록 배필 친구까지 주셨다.

창조주일이 지난 다음 하나님은 팔 장을 끼고 가만히 앉아계실까? 그렇지 않다. 하나님께서는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들을 보전하며, 피조물로부터 발생하는 사건들을 담당 처리하여 본래의 계획과 목적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섭리적 활동을 이어가신다. 이런 하나님의 섭리적 개입 활동을 믿는 입장에서는 자연법칙에 따라 운행되고 초자연적 요소를 배제하는 자연신론이나 신과 피조물과의 구별이 없는 범신론을 모두 거부한다.

II. 창조 후의 활동들

A. 보존하시는 섭리

하나님께서는 창조세계의 만물을 신적 능력으로 존속케 하고 관리하며 유지하신다. 즉, 그의 현존을 통하여 창조 세계를 계속하여 존재케 하며 유지하신다.

a. 그리스도께서 만물을 붙드시고 서게 한다.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히 1:3)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골 1:17).

참고: 행 17:28; 느 9:6

“가장 작은 곤충으로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은 날마다 하나님의 섭리에 의 하여 살고 있는 것이다. ”(화잇주석, 욥 26:7-10).

b. 하나님께서 매 순간마다 우리에게 호흡을 주신다.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있느니라 ”(행 17:28).

“주께서 저희 호흡을 취하신즉 저희가 죽어 본 흙으로 돌아가나이다”(시 104:29).

“신과 기운을 거두실진대 모든 혈기 있는 자가 일체로 망하고 사람도 진토로 돌아가 리라”(욥 34:14-15).

c. 하나님께서 우주 만물이 유지될 수 있는 근거를 주신다.

“이제 하늘과 땅은 그 동일한 말씀으로 불사르기 위하여 간수하신 바 되어 경건치 아 니한 사람들의 심판과 멸망의 날까지 보존하여 두신 것이니라”(벧후 3:7).

d. 자기 백성을 보존하신다. 양식이 부족한 이스라엘 족속을 애굽으로 인도하셨고, 만 나를 내리셨으며, 산파들을 통하여 모세의 생명을 보존하셨다. 홍해 위기에서 보존 구출하셨다. 다니엘의 세 친구들을 용광로에서 보호하셨다. “너희에게는 머리털까지 다 세신 바 되었나니 31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마 10:30-31).

B. 통치

하나님께서 세우신 목적과 계획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다스린다.

하나님께서 자기의 의지(도덕적 의지 및 비밀한 의지)대로 자연계와 인간세계 그리고 정치세계 다스리신다.

a. 천연 현상을 지배하신다(시 135:5-7).

엘리야 시대 3년 6개월 비가 오지 않도록 천연계를 지배하셨고, 갈릴리 폭풍을 제어 하셨다.

b. 인간의 통치와 국가의 운명을 지배하신다.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거하게 하시고 저희의 연대를 정 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하셨으니”(행 17:26).

“땅의 모든 거민을 없는 것같이 여기시며 하늘의 군사에게든지, 땅의 거민에게든지 그 는 자기 뜻대로 행하시나니 누가 그의 손을 금하든지 혹시 이르기를 네가 무엇을 하느 냐 할 자가 없도다”(단 4:35).

“여호와께서 그 보좌를 하늘에 세우시고 그 정권으로 만유를 통치하시도다”(시 103:19).

c. 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관장 지배하신다.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서 나느니라”(잠 16:1).

C. 협력과 인도

a. 하나님께서는 피조물과 인간들이 고유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협력, 선처하신다.

동시에 인간 편에서도 은혜의 역사에 협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나님의 주권성과 인간의 자유성은 상호 대립 개념이 아니다. 하나님의 주권성은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 지 않으며 인간의 자유 또한 하나님의 주권성을 제한하지 않는다. “주는 영이시니 주 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함이 있느니라”(고후 3:17).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빌 4:19).

“또 역사는 여러 가지나 모든 것을 모든 사람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은 같으니” (고전 12:6).

하나님의 섭리는 하나님께서 인간편의 자유의지를 무시한 일방적인 개입으로만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하나님의 개입 활동과 인간 편의 선택과 결심이 합 력하여 이루어지는 합작품이다. 룻이 보아스와 결혼한 사건은 장차 다윗왕을 탄생 시 키고자 하는 하나님의 섭리가 잠재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의 혼인 배경에는 룻의 주도 적 역할, 보아스의 선대와 용의주도함, 나오미의 주선이라는 인간의 협력이 포함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아브라함이 시험을 당하였던 것처럼 시험을 당한다. 그들이 하늘로부터 직접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는 않으나, 그분은 당신의 말씀의 교훈과 섭리의 사건들을 통해 그들을 부르신다. 그들은 극기와 고난과 희생의 길인 것처럼만 보이는 길로 들어가기 위하여, 부귀와 공명을 보장하는 직업을 버리며 마음 에 맞는 유리한 공동 생활을 떠나고 친족과 작별하라는 요구를 받을지도 모른다.”(PP 126).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섭리로써 인간들에 의해서 사업이 이루어 지도록 한 방도를 마 련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각 사람은 자기의 직무를 따라 현재 해야 할 자기 의무를 행하며, 하나님께서 자기의 지도자이심을 늘 생각할 것이다(복음 488).”(White Comment, 겔 10:1-22).

b. 하나님께서는 피조물 세계를 인도하신다.

악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하나님께서는 그 의도하시는 바를 이루신다. 악의 세력에 의하여 집행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의 순간에 하나님의 새로 운 구속사가 완성되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 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피조물들은 자유롭게 죄를 범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허용하시므로 당신의 목적을 이루신다.

III.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요 5:17)

부모는 뼈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무위도식하는 자녀가 있다면 이는 비극적이다. 들판에서 아버지도 일하고 있고 아들도 일하고 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예수께서는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니니 나도 일한다”고 하셨다. 구원 받은 자가 있다면 그 구원은 아버지와 아들이 구속의 경륜이라는 들판에서 함께 일하시는 모습처럼 비쳐진다. “아버지께서...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는 말씀은 안식일에 이적을 행하므로 안식일을 범하였다고 비난하는 당대 식자층, 지도층에 대하여 응수하신 말씀이다. 아버지께서 안식일에 창조세계를 보존하고 통치하지 않으신다면 지구촌 인간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 아들이 생명을 살리는 구속사업, 중보사업을 멈추어 버린다면 은혜의 기간이 이어질 것인가? 오늘도 이어지고 있는 삼위 하나님의 일하시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생명선이 된다. 하나님은 수고하고 애쓰시는 분이시다. 이 세계 자체가 하나님이 만드신 작품이기에 오늘도 사랑의 수고가 이어지고 있고 이 사랑의 수고 울타리 안에서 인간은 일하고 먹고 마시며 잠자고 쉴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일하시니 나도 일해야 한다는 의식이 살아 있을 때 우리는 하늘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그 분의 자녀가 되는 것이다. 인간과 하나님은 파트너십 관계에 있어야 한다. 경건의 가장 오래된 형태는 하나님과 더불어 걷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에녹도, 노아도 하나님과 함께 걸었다(창 5:24; 6:9).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이 오직 공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 6:8). 이기주의자만 자기 자신 속에 감금되어 정신적인 은둔생활을 한다. 선한 일을 하다보면 혼자일 수 없고 혼자라고 느낄 수도 없다. 선한 일은 하나님과 인간이 함께하는 일이다. 예수께서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요 5:17)고 하신 것처럼 우리도 같은 고백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