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6월 캐나다 토론토의 '멍크 디베이트(Munk Debates)'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Rafiq Zakaria) 타임 편집장 대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하버드대 교수와 李稻葵(David Daokui Li)칭화대 세계경제중국연구소 소장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가 패권국가가 될지를 두고 토론한 일이 있다, 투표결과는 토론 전 키신저-자카리아 주장의 박빙 우세론으로 나타났지만, 끝에 가서는 미국 패권국가론이 62%(중국패권론 지지 23%)라는 압도적 투표 결과로 이어졌다.

얼마 전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미국 싱크탱크 스트랫포(STRATFOR) 소장인 정치학자 조지 프리드먼(George Friedman)의 미국 패권론 주장이 토론 전 우세(미국 58%, 중국 42%), 중간투표에서 압도적 우세(68%)로 나가다가, 중국미국을 대체해 2050년 수퍼파워가 될 것이라는 영국 출신 경제사학자로 하버드대 교수 니얼 퍼거슨이 주장이 막판에 압도적으로 먹혀들어가 뒤집혔다.

이런 일련의 토론을 접하면서 미국 대 중국 대결 구도가 장군 멍군 식으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I. 미국 패권론 주장 논지:

오늘 미국엔 여러 문제들이 있어 심각하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 퍼거슨 같은 영국 사람들은 미국이 실패 하길 기대할 것이다. 한 번 실패한 사람들은 다른 이들도 자신처럼 실패할 것을 기대한다.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졌을 때 물가상승률이 연 12%를 넘어 미국이 망할 거라고 했지만 이 주장도 틀렸다. 1970년대 제친다고 하는 예측이 팽배하였지만 틀린 것으 로 판명되었다. 미국은 경제·문화·군사 모든 측면에서 균형을 이루면서 세계를 이끌고 나가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중국은 사회적인 불만과 불안을 통제하고 공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관리 비용을 쏟 아 붓고 있다. 중국은 해결해야 할 딜레마들이 쌓여 있다. 앞으로 30년 동안 중국이 지난 30 년처럼 발전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장차 막대한 국내 문제에 골몰하느라 금세기를 지배하 지는 못할 것이다. "매년 수백만 노동자들이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간다. 30년 내 연금수혜자 한 명당 노동인구가 2명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자국 내 일어나는 근본적인 경제·정치 개혁 에 매달릴 나라가 동시에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요컨대, 중국이 헤게모니를 잡느냐의 문제보다 자체 복잡성이 클로즈업될 것이다. 중국인 중 92%볼리비 아 평균보다 소득이 낮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lingua franca 영어가 중국어로 바뀔 가능 성이 있는가? 중국은 아직 문화와 아이디어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라도 미국과 같은 수퍼파워가 되기 힘들다. 연안을 제외하면 산맥 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과의 전쟁에서도 거의 패배했다. 21세기는 어느 일극 국가가 지배할 수 없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이고 다문화적인 세계 가 될 것"이라고 했다.

II. 중국 패권국가론 주장 논지: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미 하버드대 교수 주장에 따르면 지금은 지난 500년간 지속돼온 서구의 세계 지배체제가 막을 내리는 전환기이며, 미국은 이를 저지할 힘이 없다.

역사적으로 19~20세기만 예외였지 대부분 세기가 중국에 속했다. 다음 10~20년간 중국의 경제 기관차가 궤도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아주 낮아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다.

유로존 위기와 미국의 막대한 적자는 서구 몰락의 신호들이며 서구는 결국 중국 손안에 들 게 될 것이다. 中國 패권은 역사의 흐름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중국 GDP(국내총생산)2016년에 미국을 추월한다고 했다. 미 의회예산청은 2032년 미국이 걷은 세금 중 4분의 1 이상을 국채 이자 갚는 데 써야 하는데 중국이 그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다.

프리드먼 같은 미국패권론 지속주장자도 미국의 국론 분열로 인하여 미국이 지금처럼 미합 중국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프리드먼은 지금 중국 경제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중국은 빈곤하다고 말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빈곤국이 어떻게 미국 따 라잡을 수 있는가. 영어가 미국 언어였나? 1960년대 한국은 사하라 이남 국가보다 빈곤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진국이 되었다. 똑같은 일이 중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왜 미국이라는 틀에 갇혀 보는가? 떠오르는 중국, 가라앉는 미국이다. 20세기 전쟁의 이미지로 판단 말라. 다음 전쟁은 사이버 공간의 전쟁이다. 중국이 지리적으 로 봉쇄됐다는 개념은 구식이다. 역사는 완만한 경사길을 걷는 게 아니라 벼랑처럼 뚝 떨어 지는 것이다. 38년 전 유럽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라. 소련도 망했다. 역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할 것이다. 38년 뒤 다시 서울에서 만나서 얘기해 보자. 내가 얼마나 옳 았는지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활력의 에너지로 넘치고, 국가 부활에 대한 기대에 차있으며, 세계에 새로 운 발전 모델과 희망이 되면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실용적인 지도자들은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고, 외국 경험이 많은 청년층이 늘면서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커져 이것 이 국가 추동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III. 중국 패권국가론의 문제점들

A. 근원적인 문제점 간과

퍼거슨 교수는 지난 500년간 서구의 전 세계 지배 유지 요인을 6가지로 보고 있다.

1. 경쟁 장려 체제
2. 17세기 이후 과학혁명
3. 법치와 대의제 정치 확립
4. 19세기 이후 근대의학의 발달
5. 소비지향 사회체제
6. 근로윤리

그러나 경쟁 장려 체제라는 우회적 표현보다는 자유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본질적인 거대 담론을 내걸어야 할 것이다. 퍼거슨은 지엽적 이슈를 근본 요인으로 못 박고 있다. 19세기 이후 근대의학의 발달이나 소비지향 사회체제, 근로윤리 같은 것들은 이 거대 담론이 가져온 결과들일 것이다.

B. 상업제국론의 사시(斜視)

더구나 퍼거슨은 중국을 시장자본주의 모델과 대치되는 국가자본주의 모델로 보는 관점이 틀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공산권 붕괴 이후 북한·쿠바 같은 나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라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제도로 수렴하고 있다고 하면서 왜 중국의 일당 독제 시장 체제에 대하여서는 눈감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역으로 정작 경제에서 국가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곳은 유럽과 미국이라고 하면서 흔히 중국을 국가자본주의의 원형으로 보는 시각을 배격하고 있다. 그러면서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중국 국가의 역할이 줄고 시장 비중이 커져 온 것이 중국의 성장 비결로 보고 있어 그의 중국을 두호하는 사시가 느껴진다.

이른바 빈곤국 중국이 어떻게 미국 따라 잡을 수 있느냐는 미국패권국론자들의 주장을 두고 중국의 발전 수준은 1970년대 한국 정도 된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을 모델로 하더라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하는 지론을 펼치고 있다. 향후 금융 시스템이 더 복잡해지면서 문제도 발생할 것이고, 내수 시장의 성장 여지가 크고 중산층도 커가는 중에 있다고 다소 웅크리는 이야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적어도 20년은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다음에 인구학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다. 국민 연령층 구조나 노동력 수급 측면에서 임계점에 이른다는 말이다. 이런 퍼거슨의 시각은 중국의 자체 문제 복잡성을 인정하고 있는 어투인 것이어서 미국패권국가론을 수용하는 인상마저 든다.

퍼거슨은 중국이 대영제국과는 아주 다른 상업제국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경제력 확대를 앞세우고 군사력은 부차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미 제국' 모델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어도를 자기 앞 바다쯤으로 보고 그 관할권을 주장하는 실력행사를 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아세아권 태평양에서 미국의 세력과 한판을 각오하면서 해군 군함 등 세 확장을 서두르고 고 있는 있는 점이나, 고구려를 자기들 역사로 둔갑시키는 역사 변조의 동북공정을 한 점, 그리고 필리핀, 베트남과 남중국해에 산재한 남사군도 등의 영유권 주장과 그 주변 해양을 자기 바다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국제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오늘의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중국의 야욕 현상을 보면서도 제국주의적 중국이 아닌 단순히 상업제국으로 보는 퍼거슨의 시각은 얼마나 편협적인 판단인가?

근원적으로 퍼거슨은 "미국 기준에서는 보수적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미국 보수층처럼)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다. 아담 스미스나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위대한 자유주의 전통 사상가들의 원칙을 신봉하는 사람이다고 고백하고 있다. 성경계시에 나오는 국제정치의 큰 흐름 같은 것에는 귀를 닫고 있다.

그는 이어서 말한다. “내가 보수주의자가 된 것은 주로 좌파들이 그렇게 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나는 좌파들이 너무나 많은 것에 대해 너무나 심하게 틀린 것을 줄곧 봐왔다. 그들은 냉전에 대해서도, 핵무기에 대해서도, 경제에 대해서도, 거의 모든 이슈에 대해 틀렸다. 미국에 와서도 공화당 쪽에 가까웠던 것은 민주당이 대표하는 원칙, 즉 유럽식으로 연방정부 기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유 시장 경제론으로 중국 경제를 보고 비판하여야 한다. 그는 유독성 불량식품을 수출하여 놓아 원성이 자자한 수입국에서 단속하는 것을 두고 수입국에 대하여 국가 권력으로 경제적 보복을 자행하는 국가주도 경제틀을 지닌 중국을 눈감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중국 역상에는 사분오열된 춘추전국시대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엄청난 수의 중국의 네티즌이나, 세계를 여행하는 그 많은 중국 인민도 알 것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중국공산당의 폭정과 비리도 알만큼 알고 있다. 지난날 천안문 사태를 폭력으로 제압한 자기들의 어둔 역사를 한 없이 유지할 수 없는 임계점이 조만간 이를 것이다. 문화와 인종이 다른 티베트와 위구르 족을 언제까지 자기 역사나 영토 일부로 구금하여 둘 수 없을 것이다. 러시아가 분화되듯 중국도 민족별로 분화될 것이다. 공산 독재 국의 경찰국가로 종교의 자유를 이른바 3자 굴레를 씌어 두고, 탈북자를 죽음으로 모는 반 인권적이고 핵 보유를 두둔하여서는 자유세계를 선도할 수 없다.

C. 유럽연방재정부론 문제점

EU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퍼거슨은 소속 국가들의 재정정책을 통합하는 시스템으로 유럽연방재정부론을 펼치고 있다. 이 방식이 아니고서는 과도한 국가채무, 은행 부실, 생산성 저하, 부정부패, 인구 고령화 등 문제가 중첩된 유럽에 미래가 없다고 한다.

퍼거슨은 말한다. "18세기 독립전쟁 과정에서 막대한 부채를 졌던 미국이 연방 차원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합해 상황을 돌파한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유럽연방공화국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유로존 17개 국가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88%)이 미국(100%)보다 낮기 때문에 재정통합이 이뤄지면 일부 국가의 문제가 유럽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퍼거슨 교수는 "유럽연방공화국 성사 여부는 독일에 달렸다"고 단언했다. 현재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 등 남유럽 부실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 합계는 1830억달러에 이르는데, 이만한 부담을 대신 떠안을 수 있는 유럽 국가는 독일뿐이란 논거에서다. 다른 나라의 방만한 재정운영과 낭비적인 대중들의 인기 영합적 복지 정책으로 인한 국가의 재정적자를 부자 나라가 떠안아야 한다는 논지가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까? 다니엘서 2장의 이질적인 흙과 철의 연합이라는 오늘의 유럽이 퍼거슨의 말대로 풀릴 것인가 

보이지 않은 손이 역사의 커튼 뒤에서 개입하고 있다는 역사철학적 시각을 제켜 둔 인간중심적 통찰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Posted by KAHN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