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적 표현들이 시사하는 교회상
I. 그리스도의 몸
바울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묘사하고 있다(고전 12:27). 몸 은유에서는 교회가 주와 하나 됨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즉, 몸으로서의 교회가 강조하고 있는 점은 신자들이 그리스도와 연합에 함에 있다. 그리스도와 신자들은 하나 되는 연대관계에 있다.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한다는 것이야 말로 그리스도 자신을 핍박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사울아 사울아 어찌하여 네가 나를 핍박하느냐?”(행 9:4; cf. 22:7; 26:14). 바울은 후에 교회를 분열시키는 것은 그리스도를 나누는 것과 같고(고전 1:13), 형제에게 죄를 짓는 것은 그리스도에게 죄를 짓는 것과 같다(고전 8:12)고 하였다. 이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은유에는 지역적이든 보편적이든 그리스도와 살아있는 관계에 들어가는 유기적인 연합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 몸 안에는 각기 다른 기능을 하는 여러 지체들이 있지만, 전체로서의 몸의 효과적인 활동을 위해 그 모두가 똑 같이 존귀하고 필요하다. 신자들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라, 그분 “안에서” 침례를 받았고(고전 12:13) 그들이 그의 “안에” 있으며, 그는 그들 “안에” 있다(갈 2:20). 그들은 모두 그 몸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지체가 된다. 이에는 상호 의존인식이 요구된다(고전 12:12-26). 의와 생명의 교제 안에서 각자의 역할이 광휘 찬란하다 해도 몸 전체를 위하여 그리스도로부터 이 기능과 선물을 겸손하게 받을 줄 알아야 한다. (롬 12:3-8; 엡4:11-16).
바울은 더 나아가 교회가 그리스도께 완전히 의존해야 하는 것을 강조하면서 옥중서신에서 새로운 개념 곧 교회의 머리되시는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있다(엡 1:22, 23; 4:15; 골1:18). 그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연장이라는 시각과는 거리를 두면서 머리와 몸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그 머리는 존귀함을 받아야 하며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머리 되시는 그리스도는 몸 전체가 순종하여야 하는 권위의 원천과 중심이 되는 머리가 된다(골 2:10). 그리스도와 연합한 신자들은 그에게서 양육 받는다(19절).
II. 그리스도의 신부
그리스도의 신부로서의 교회상은 특별히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창세기 첫 머리 창조 기사에서 하나님은 일부일처제라는 결혼 제도가 나온다(창 2:24). 이런 성서적 문맥을 배경으로 신자들과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신랑-신부관계라는 ㄹ일부일처제적인 특성을 지녔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혼인예식 메타포를 사용하셨다(마 25:1-13; 참조 22:1-14). 이와 동시에 주님께서는 말씀과 비유에서 주님은 그의 재림을 신랑이 오시는 것으로 비유하였고(마 25:6) 혼인잔치로 상징화 시키셨다(마 22:1-14). 이 영상을 숙고한 바울은 특별히 교회에 적용하셨다(참조 엡 5:25). 바울 서신의 다른 곳에서는 여기 이 은유법이 보편적 교회에 적용되고 있다(참조 엡 1:22; 3:10, 21; 5:23, 27, 29, 32).
이 은유적 표현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한 몸”(창 2:24)이 된다는 성경의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머리되시는 그리스도와 신부로서의 교회의 가장 가까운 연합의 가능성에 대한 확인이 포함되어 있다. 신부로서 교회는 오로지 한 분 남편 되시는 그리스도를 신랑에게 충성과 사랑을 바쳐야 한다. 남편-신랑되는 분 이외에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신랑에게만 굴복하고, 강요에서가 아닌 자원하여 그리스도에게 순결과 충성을 바쳐야 한다.
III. 성전
성전 메타포에는 교회의 거룩성이 강조되어 있다. 자기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히 12:22)으로 보는 것을 좋아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그곳을 하나님의 성전으로 보았다. 예루살렘은 성전의 현존 때문에 사실상 거룩한 도성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시온산의 가시적 구조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참조 행 17:24) 하나님께서 자기들 가운데 거하시고자 택하신 그분의 백성들을 성소로 세우셨다(고후 6:16)고 보았다. 전 교회가 “주 안에서 성전이 되었다(엡 2:21). 또한 회중(고전 3:16, 17)과 신자 개개인 역시 성전이 되었다(고전 6:19).
교회로 표상된 성전은, 비록 단일 조직이긴 하지만,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고 또한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이 돌이 된”(20절; 참고 막 12:10),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엡 2:21, 22)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드로가 설명하는 바와 같이 교회는 “신령한 집”으로 그곳에서 각 신자들은 산돌 같이 세워지고(벧전 2:5), 주님에 의하여 깎기고 다듬어져 적당한 모양으로 꼴 지어져 가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제사장들이어서(9절), 구약시대와 마찬가지로, 그 과업은 간구의 봉사와 영적 희생제물을 드리는 것이었다(5절).
IV. 하나님의 백성
신약성경은 교회를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메타포를 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구약성경에서는 하나님의 백성을 자주 하나님이 택하시고 보호하신 이스라엘 민족에게 적용시키고 있다(참조, 출 15:13, 16; 신 14:2; 32:9, 10; 호 2:23). 신약성경도 마찬가지로 교회를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의 계속이며 완성으로 말하고 있다. 베드로는 자기 동료 신자들에게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벧전 2:9)라고 쓰고 있다. 이는 시내산 언약을 분명히 회상하여 인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출 19:5, 6).
신약성경에서 “하나님의 백성”과 그에 관련된 용어들이 구약성경의 이스라엘을 묘사하는데 쓰인 경우도 있지만(히 11:25; 참조 눅 1:68; 롬 11:1, 2), 유대인과 이방인들의 혼성인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지칭하는데도 사용되고 있다(고후 6:14-16; 벧전 2:9, 10; 참조 롬 9:25, 26). 신약성경은 구약성경 성취의 전형적인 하나의 본보기로서 참 이스라엘과(롬 9:6; 갈 6:16) 아브라함의 참 자손(갈 3:19; 참조 롬 4:16; 9:7, 8)을 교회로 보고 있다. 신약성경은 “백성”이라는 용어를 단순히 한 무리의 사람들이나 여러 개인들의 혼합을 가리키는 명료치 못하고 정체성이 결핍된 의미로 사용하지 않고, 구약성경상의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사상을 그대로 공용하고 있다. 신약성경은 하나님의 새 백성을 명확한 정체성과 사명을 지닌 명료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공동체로 보고 있다. 여기서 “하나님의 백성(the people of God)”을 진술할 때는 항상 앞에 정관사 “the”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 개념은 하나님께서 창시하신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선택하셨다는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에게 속해있고 하나님은 교회에 속해 있다. 하나님의 결정에 관하여 바울은 이렇게 진술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가라사대 내가 저희 가운데 거하며 두루 행하여 나는 저희 하나님이 되고 저희는 나의 백성이 되리라”(고후 6:16). 하나님께서 구약성경 상의 이스라엘을 구속하시어 사셨기 때문에 그 분의 소유가 된 것처럼(출 15:13, 16),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구속하셨고 “그의 피로 사셨”기 때문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것이다(행 20:28). 하나님께서는 자기의 교회가 완전한 충성심으로 자기 소유가 되기를 기대하고 계신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티나 주름잡힌 것이나 이런 것들이 없이 거룩하고 흠이 없이”(엡 5:27) 그 분께 바치기를 열망하시기 때문이다.
V. 메타포에 담긴 공통적인 사상들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신부, 성전,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메타포 이외에도 교회를 나타내는 다른 은유적 표현들이 있다. 즉, 교회는 성채, 포도나무, 군대, 하나님의 권속 및 진리의 기둥이 된다. 이런 모든 은유들을 하나씩 살펴본다면 그 나름대로 특색 있는 교회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 그 어느 하나의 메타포도 신약성경에서 말하는 교회에 관한 사상 모든 것을 다 알게 하는 내용이나 특징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어느 메타포가 되었던지 다음과 같은 사상을 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A. 모든 은유적 표현들은 교회가 삼위일체 하나님께 향한 절대적 의존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교회 공동체 내의 모든 지체들 상호간의 의존성을 시사하고 있다.
B. 모든 은유적 표현들 대부분이 지역교회이던지, 아니면 보편적 교회이던지 상관없이 교회 의 기원과 목적은 하나님께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깊은 사상이 담겨 있다.
C. 교회는 그리스도 중심의 공동체이다. 이는 교회의 존재가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의 결 과가 되기 때문이다.
D. 교회는 성령의 은사 공동체가 된다. 이는 성령께서 교회에 생명을 짜 넣기 때문이다.
E. 교회는 새 피조물, 즉 하나님 나라의 지상적 실체가 된다.
F. 교회는 이 세상에서의 활동하는 하나님께서 택하신 기관으로서 전 세계에 복음 소식을 전하라는 사명과 하나님과 사단 사이의 대쟁투에 참여하라는 과업을 위탁받았다.
G. 교회 생명의 본질은 하나 되는 일과 흠 없는 온전함에 있다. 그 하나 됨은 모든 나라들, 족속, 방언, 및 백성들로부터 신자들을 불러 모음으로서 풍성하여진 하나 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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