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의 지리학

단상 : 2012. 1. 2. 12:49

아브라함과 이삭 부자(父子)가 모리아 산에서 하나님께 순종하는 장면은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다. 아버지의 믿음과 아들의 믿음이 혼연일체가 되어 순종하는 놀라운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것을 보지 않고 오로지 하나님의 명령만 보았던 아버지와 아들은 모리아 산에서의 하나님의 개입이라는 환희의 절정을 체험한다. 그러나 놀라운 믿음의 순종 후 그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여보면 아버지와 아들-남편과 아내의 주소지가 다르게 나와 썰물 때의 갯벌을 보는 듯 하는 심정이다.

아브라함이 살고 있던 브엘세바로부터(21:33) 모리아산까지 3일 길 여정은 약 80km(50 miles)가 된다. 아브라함은 다시 브엘세바로 돌아왔다(22:19). 23:1-2은 사라가 기럇아르바(헤브론)에서 죽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아브라함이 헤브론에 가서 애통하였다(KJV “came to mourn). 브엘세바에서 헤브론까지는 약 48km가 되는 거리이다. 24:62에 보면 이삭은 리브가를 만날 때 오늘날 Ain Qedis인 브엘 라해로이에서 왔다고 한다. 브엘 라해로이는 브엘세바 서남쪽 약 76km에 위치한다.

물론 모리아산 사건 이후 가족이 거명된 곳으로 이주하여 살 수 있을 것이나, 문장의 표현을 보면 아브라함 가족은 이산가족처럼 살아가는 모습으로 비친다. 아내 사라는 남편이 있는 곳으로부터 48km 북쪽에 있는 헤브론에서, 아들 이삭은 아버지로부터 80km 남쪽에 있는 브엘 라해로이에서, 그리고 남편이며 아버지인 이브라함은 브엘세바에서 각각 살고 있는 지리적 양상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장 아브라함의 순종의 믿음을 아내와 아들은 계속 감내하기가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어느 누구의 올인하는 신앙적 헌신은 이런 순종의 지리학적 차이를 불러 올 수도 있다. 믿음의 순종이 너무 강한 사람이 옆에 있으면 신자들이 떨면서 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무릇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및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하고”(14:26)라고...보통 사람에게는 제자됨의 길은 쉬운 길이 아닐 것이다.

 


Posted by KAHN0211